믿었던 ‘브릭스 엔진’마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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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가 흔들리고 있다. 브릭스라는 용어를 만든 골드먼삭스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브릭스는 세계 경제 성장에 3분의 1을 기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이끈 동력도 브릭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브릭스가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회복 지연 등 여파로 휘청대는 모습이다.

 2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IB)은 올해 브릭스 국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중국의 성장률은 평균 8.1%로 추정된다. 지난달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중국은 2010년 10.4%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성장이 둔화됐다. 올 2분기에는 7.6%에 그쳤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이 8% 이하로 내려간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브라질의 성장률 전망치는 한 달 동안 0.9%포인트 내려간 2.3%로 추정됐다.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줄면서 2010년 32%였던 수출 증가율이 올 상반기 -0.9%까지 급락한 탓이다. 인도의 성장률은 전달보다 0.6%포인트 하락한 6.2%, 러시아의 성장률은 0.1%포인트 떨어진 4.1%로 예상됐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브릭스까지 전이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의 지난해 기준 무역의존도는 97%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서 세계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를 내면서 “한국 같은 수출 의존국이 불확실성 확대와 대외 수요 악화로 역풍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월에 발표한 연 3.5%에서 3%로 낮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최근 “최악의 경우 올해 한국 경제가 1.8% 성장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큰 폭의 둔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미 ‘차이나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7%포인트, 성장률은 0.4%포인트 감소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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