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이사장 첫 공모, 화재보험협회 속사정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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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호 02면

화재보험협회는 18일 이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 접수를 마감했다. 전임 고영선 이사장이 사임한 것이 2월 17일. 이사장이 물러나고 거의 다섯 달이 지난 이달 6일에야 공모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왜 다섯 달이 넘게 이사장 석을 비워두고 있을까. 화보협 관계자가 밝히는 이유는 다소 엉뚱하다. “그동안 금융위원회에서 내정자를 통보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간 기구인데도 내정자 통보 관행…금융위, 신보 사태로 낙하산 포기

화보협은 손해보험회사들이 출자해 만든 민간 기구다. 손해보험회사 대표 4명과 방재 전문가 3명 등 7명으로 구성된 이사장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10개 회원사 대표가 찬반 투표로 결론을 내리면 된다. 정부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화보협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을 쥐락펴락하는 금융위가 누구를 이사장으로 보낼지 미리 정해서 통보하곤 했다”며 “통보 뒤 추천위를 구성해 해당 내정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내정자를 정하지 못해 추천위를 구성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공모제에 들어간 것은 금융위가 6월 말에 “추천할 사람이 없으니 공모를 진행하라”고 연락해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두 번 내정자를 앉히려다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첫 번째 내정자는 한국은행 출신 A씨다. 금융위는 A씨를 이사장으로 보내기 위해 화보협에 두 차례나 “추천위를 구성하라”고 연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화보협 측은 두 차례 모두 “말썽이 생겼으니 잠시 추천위 구성을 보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A씨가 퇴임하며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가 검토한 두 번째 내정자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지원했던 B씨다. 당초 신보 이사장에는 금융위 고위 간부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B씨가 “내정된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하게 반발하자, 금융위가 “그럼 화보협 이사장을 맡으면 어떠냐”고 제안했다는 것. B씨가 이를 거절하자 결국 “그냥 공모제로 이사장을 뽑으라”고 공을 협회에 넘겼다는 것이다.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공모제를 진행하는 화보협 간부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공모에는 협회 간부 4명과 전직 손해보험사 대표 등 모두 6명이 지원했다. 화보협 고위 간부는 “금융위가 최근 신보 인사 파행 사태로 화보협에 낙하산을 앉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 같다”며 “덕분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선임 절차를 밟게 됐다”고 말했다. 화보협 김인태 홍보팀장은 “처음으로 진행하는 공모제인 만큼 공정하게 후보들을 심사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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