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길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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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12년 7월 경기도 고양 인공암벽장

길이 보이시나요? 스포츠 클라이밍 동호인이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눈에는 인공암벽에 촘촘히 박힌 홀드(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수 있도록 돌출된 인공물)가 그저 어지럽게만 보일 겁니다. 하지만 분명 길은 있습니다.

 클라이머는 제일 먼저 장비를 잘 챙겨야 합니다. 홀드를 디딜 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창이 특수 고무로 된 암벽화를 신습니다. 홀드를 잡을 때 손에 묻히는 초크(탄산마그네슘가루), 양쪽 다리에 넣어 허리에 착용하는 하네스(안전벨트)도 필요합니다.

이제 벽앞에 다가갑니다. 18m 높이를 올려다 보면 아득하기만 하지요.

 스포츠 클라이밍은 인생살이와 참 닮았습니다. 복잡한 세상처럼 곳곳에 홀드가 박혀 있습니다. 납작하고 넓은 지름 20㎝의 홀드가 눈앞에 보이면 우선 반갑습니다. 기쁜 마음에 덥석 잡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잡을 곳이 없다는 것을 이내 알게 됩니다. 크기만 클 뿐 너무 미끄럽습니다. 손가락 하나만 깊숙이 들어가게 만든 홀드도 있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몸무게를 지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때로는 ‘오버행(90도 이상의 벽)’처럼 넘기 어려운 벽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 난관들을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을 때 성취감은 배가 됩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인생살이와 참 다릅니다. 살며 목표한 곳에 이르면 우리 대부분은 그곳에 안주합니다. 자만에 빠져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클라이머는 정상에 도달하곤 이내 로프를 타고 바닥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더 높은 난도의 루트에 도전합니다.

 잡을 힘이 없어 올라가지도 내려오지도 못하는 사람, 홀드를 놓쳐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람. 모두 실패자가 아닙니다. 자만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에겐 늘 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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