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뚱 닷컴' 리모델링업체 속속 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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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의 성장 둔화 원인을 조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도록 도와주는 신종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투자, 기획에서부터 마케팅 및 인수합병까지 전 영역에 걸쳐 한계 상황에 놓인 벤처업체를 리노베이션으로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기업들이 자기 혁신, 즉 리노베이션(renovation)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리노베이션이 인터넷 벤처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즉, 수익모델 부재와 아이디어 고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계 상황에 놓인 벤처업체를 리노베이션으로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설립된 지 1∼2년에 불과한 신생 벤처까지 컨설팅 전문회사에 경영전략 컨설팅을 의뢰하는 일이 늘면서 인터넷 기업의 수익모델과 기업구조를 재설계해주는 전문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 기획, 마케팅, 운영, 네트워크, 인수합병, 인큐베이팅 등 벤처 사업에 필요한 전 영역에 걸쳐 컨설팅을 해주고 리노베이션이 완성되기까지 도와준다.

리노베이션은 본래 건축업계에서 쓰이는 말이다. 건물의 골조만 남기고 나머지 시설들을 개량하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인터넷 업계에 서도 기존 영업 형태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조직개편 및 신규사업 개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마치 낡은 건물을 수리하는 것과 비슷해 리노베이션이라는 말이 사용됐다.

리노베이션 업체임을 가장 먼저 내세운 곳은 리노다임(http://www.renodigm.com). 리노다임은 지난 달 22일 인큐베이팅 업체 투데이홀딩스(http://www.todayholdings.com)와 업무제휴를 맺고 본격적인 영업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업무 제휴로 양사는 정보교류, 투자유치, 기업자문 활동과 상호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팅과 기업 리노베이션의 접목에 나설 계획이다.

리노다임의 안인성 사장은 리노베이션이란 “투자, 기획, 마케팅, 운영, 네트워크 등 사업에 필요한 전 영역에 걸쳐 리노베이션(혁신)의 원동력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핏 보면 기존의 컨설팅이나 웹에이전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별 차이가 없지만 기획부터 실행까지 포괄적으로 접근해 준다는 면에서 기존 서비스와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리노다임은 지금까지 블루투스 기술업체인 CLIPcomm, 토미종합건설, 보안업체 디지털이지스, 게임업체 N2플레이 등의 리노베이션을 진행했으며 현재 메일 보안 솔루션업체, 인터넷 솔루션 업체, 무선 게임서버 개발 및 게임 응용프로그램 개발업체와 계약을 추진 중이다. 특히, 무선 인터넷과 관련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리노다임은 벤처업계와 대기업, 전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가진 전문 기획자와 마케팅 전문가 등 막강한 인력들이 포진하고 있다. 특허, 회계 및 시스템, 솔루션 개발 전문가 중심의 실무진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또 각 벤처회사의 대표이사나 중견기업의 핵심 인력으로 구성된 자문단도 운영해 보다 치밀한 사업계획과 실행을 뒷받침하고 있다.

리노다임의 핵심 전략은 크게 내부와 외부전략으로 나눠진다. 내부전략은 성장성 있는 아이템의 기획과 투자, 운영을 통한 부가가치의 극대화로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외부전략으로는 기업 리노베이션을 통한 수익 창출과 미디어 사업 등의 분야다. 여기에 굴뚝산업으로 치부되던 오프라인 기업의 디지털 경제에 대한 적합한 시장 기회의 포착도 리노베이션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실패 경험자를 컨설턴트로 임명

지난 해 9월 설립된 닷코포레이션(http://www.dotcorporation.co.kr)도 ‘리모델링’(remodeling)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닷컴리모델닷컴’(http://www.DotcomRemodel.com)을 개설해 닷컴기업의 사업 재구축 및 수익창출 리모델링 사업을 개시했다. 닷코포레이션의 김영한 사장은 “기존 벤처기업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던 사업계획을 체계화시켜 해당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리모델링의 주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닷컴리모델닷컴은 김사장이 운영이 어려운 소점포들이 신장개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 TV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설립했다. 그래서 닷컴기업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이 경험담을 사이트에 올리면 컨설턴트로 임명해 다른 기업의 리모델링을 도울 수 있도록 했다.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또 다른 실패를 막을 수 있기 때문.

단순히 닷컴의 문제점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웹진의 형태를 취해 리모델링의 구체적인 방법과 프로세스 등 각종 정보를 스토리 형태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 닷컴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남게 되는 컴퓨터·책상·네트워크 장비등을 서로 교환하거나 사고 팔 수 있는 ‘닷마켓’ 코너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리노베이션, 즉 ‘회사 다시 만들기’를 사업모델로 내세운 업체들의 등장에 대해 벤처업계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하지만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벤처업체가 많다”며 “침체된 벤처업계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벤처기업들이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하고 초기 아이템의 한계를 접했을 때 신속한 대처 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노베이션은 아니지만 최근 코스닥 등록 기업인 버추얼텍은 경영컨설팅 전문회사 아더앤더슨에 의뢰해 장기 비전 컨설팅을 받았다. 자기점검을 통해 미래 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서였다. 버추얼텍 서지현 사장은 “지난 해 급성장한 닷컴들 중 상당수가 회사 운영의 여러 측면에서 허점이 노출되는 등 낭비 요인이 적지 않다”며 “이번 컨설팅을 통해 회사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소득”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무선인터넷 등 특정 분야로만 사업계획을 구상한다”, “기존의 컨설팅과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반응도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한 닷코포레이션 사장은 “닷컴기업의 수익모델 창출이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 재구축을 도와주는 리모델링사업은 현재 닷컴기업에 가장 필요한 부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인성 리노다임 사장은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의 강점을 백분 살릴 수 있도록 리노베이션 아이디어를 꾸준히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길인수 기자(cyberkid@joongang.co.kr)
자료제공: i-weekly (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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