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떠오르는 나라들 중 하나” 세계 양강구도 인정 안 한 클린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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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진보 성향의 영국 정치주간지인 ‘뉴스테이츠먼’에 장문의 기고를 했다. ‘스마트 파워의 기술(The Art of Smart Power)’이란 제목으로 A4 용지 4장 분량이다. 이 기고문에서 클린턴 장관은 중국의 부상(浮上)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보는 시각과 미국 외교가 나아갈 길을 정리했다.

 그는 “중국·인도·브라질 같은 나라들의 부상이 미국·영국 그리고 전통 우방들이 만들고 보호해온 국제질서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가라앉는 영국과 떠오르는 독일 간에 갈등을 일으킨 1912년이 아니다”라며 “강한 미국은 글로벌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강대국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에 세계를 위협했던 전체주의 제국과 달리 오늘날의 강대국은 평화를 기반으로 한다”며 “우리는 새로 부상하는 힘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세계는 과거보다 더 상호의존적이고 연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국제평화를 유지하려면 미국은 군사·외교적 리더십뿐 아니라 경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제력을 유지하고 키우는 게 우선순위”라고 적시했다. 클린턴 장관은 기고문에서 중국을 인도·브라질과 함께 새로 부상하는 국가의 범주에 포함시켜 미국과 일대일로 대적하는 ‘G2’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 자존심을 은근히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최근 필리핀·베트남·라오스 등과 협력을 강화하며 남중국해 문제에 간여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세계 교역의 절반이 남중국해를 통해 이뤄진다. 당사국 간 일대일 분쟁보다 국제질서에 입각한 다자접근법이 더 유용하다”는 게 클린턴의 주장이다.

 클린턴의 기고문은 “미국의 힘은 자유·민주·정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전 세계를 다니면서 나는 미국의 리더십이 아직도 존경 받고 필요하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라고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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