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1면 '해운대 성난파도' 올린 기자 결국…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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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태풍 카눈(KAHNUN)의 상륙 모습이라며 19일자 1면에 실은 사진이 3년 전인 2009년 8월의 태풍 모라꼿 상륙 당시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신문은 19일자 1면에 "해운대의 성난 파도…오늘 태풍 '카눈 수도권 관통"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실었다. 사진의 내용은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 파도가 강하게 치고 있는 모습이었고, 사진 아래에는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 앞바다의 파도'라는 설명이 붙었다. 사진은 해운대 해수욕장의 웨스틴조선호텔 앞에서 달맞이 언덕을 향해 찍은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자사 인터넷사이트인 조선닷컴에도 비슷한 앵글의 사진을 올렸다. 신문지면과 같은 앵글의 사진이었으나 스카이라인이 보다 확연히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이 사진 속의 스카이라인과 현재 달맞이 언덕의 실제 모습이 서로 다르다는 의혹이 이날 오후 제기됐다. 사진 속에선 2010년 1월에 철거돼 현재는 사라진 해운대AID 아파트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가 있던 자리에선 현재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조선닷컴에 오른 사진 중간에는 기와지붕의 호텔 일루아가 보이고, 이 호텔 오른쪽으로 파란색 외벽의 '그리다' 웨딩숍이 서 있다. 현재 이 웨딩숍은 하얀색으로 외벽을 바꾼 상태다. 조선닷컴의 사진이 현재 모습을 담은 것이 아니라는 방증인 셈이다.

동아닷컴은 이날 오후 같은 위치에서 찍은 사진을 조선닷컴의 사진과 대조하며 "조선닷컴에 걸린 사진은 2009년 8월 9일 오후 2시 16분에 최초 촬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날짜는 태풍 '모라꼿'이 한반도에 영향을 준 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제기되자 조선닷컴 측은 이날 오후 관련 사진을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해당 사진을 찍었던 조선일보 기자는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자는 주변에 "예전 사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맞아 오늘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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