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금융광고] 올림픽 광고는 장외경기 … 박태환·김연아 자신감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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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이 이달 말 열린다. 올림픽, 월드컵은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름이다. 마케팅이나 광고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경험과 실력 그리고 스포츠에 대한 철학까지 녹아넣은 한편의 광고대전이 벌어지는 장외경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쟁터에서 성공한 광고, 마케팅이라는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무기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대기업부터 거의 모든 기업이 참여하는 경쟁이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2008년 북경올림픽은 많은 기업이 매력적인 시장과 적절한 시차 때문에 광고, 마케팅전에 뛰어 들었다. 광고는 스타와 함께 한다. 그 중에서도 박태환과 김연아는 예전 세대의 스포츠 스타들과는 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 스포츠 스타들이 보여주었던 경쟁력의 근간에는 헝그리 정신과 지지 않겠다는 정신력이 있었다면, 새로운 세대의 스타들은 큰 경기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즐긴다는 점에서 달랐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보였다. 금메달과 은메달, 메달의 색깔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좋은 경기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세계 수준의 경기력을 즐기자는 새로운 문화의 움직임을 느끼게 되었다. 실제 광고대행사와의 제작관련 미팅에서도 “금메달을 따라고 외치는 광고들이 넘칠 것이다. 우리는 다른 길로 가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래서 2008년 KB국민은행 올림픽 광고 컨셉은 ‘여름소년, 겨울소녀’ 였다. 카피를 보면 ‘소년은 그저 물에 풍덩 빠지는 것을 좋아했고, 소녀는 얼음 위를 미끄러지기를 좋아했는데, 어느덧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여름 큰 물에서 놀다 오겠습니다.’였다.

광고 방영 후 반응은 뜨거웠다. 화제가 된 태환이와 연아가 함께 있는 사진은 제주도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감성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동영상보다 사진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결과였다. 또한 박태환 선수가 메달을 딸 때마다 후속 편을 준비했는데 그 광고에는 대화형식으로 “오빠 달려” 라고 외치는 귀여운 김연아와, “물속이거든” 이라고 대답하는 시크한 박태환이 등장한다. 결국 박태환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광고는 대박이 났 다.

2010 벤쿠버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장면이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1만m의 이승훈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냈던 그날 경기에서 네덜란드 관중들이 보여준 모습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있다. 이승훈이 역주하던 6000m 지점. 이승훈의 올림픽 신기록 가능성을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오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고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관중의 대부분은 오렌지색 옷을 입은 네덜란드 관중들이었다. 자국 선수가 한바퀴를 추월당하는 상황에서도 신기록을 향해 달리는 이승훈에게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이승훈이 레이스를 마치고 새로운 올림픽 기록을 세우자 관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감동이었다. 국적을 떠나 처음 보는 한국선수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주는 네덜란드 관중들. 그들이 보여준 스포츠맨십과 열정이 부러웠다. 다음주면 새로운 올림픽이 열린다. 이번 올림픽은 또 어떤광고가 국민의 마음을 흔들지 기대된다.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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