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 등 증시악재 첩첩산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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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주식시장의 초점은 환율. "

한화증권 박시진 투자전략팀장의 말이다. 원화환율이 불안정안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의 반등에도 아랑곳 없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 사면초가 증시여건 = 계속되는 환율상승과 물가상승 불안감, 이로 인한 시장금리의 상승 등 주식시장이 첩첩산중의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지난 주말 국고채 3년물은 6%대를 다시 돌파했다. 이달 중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역시 확대된 물가불안으로 인해 물건너갔다는 시각이 유력하다.

대외 여건도 큰 부담이다. 일본경제가 부진, 엔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실물 경제지표의 악화와 미국 주식시장의 약세 등 주식시장의 상승을 부추길 요인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동원경제연구소 신진호 연구위원은 "1분기 전체를 뒤돌아보면 연초 랠리로 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오게 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지금은 지난해 4분기 수준으로 제자리 걸음한 셈이 됐다" 며 "4월에도 하락추세를 되돌릴 만한 계기가 취약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할 것" 이라고 말했다.

◇ 환율이 관건 = 특히 원화와 엔화의 환율불안은 이달 증시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될 것 같다. SK투신운용 장동헌 본부장과 동양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 등은 "국내 증시의 추가하락세를 멈추게 하기 위한 현 시점에서는 미국 반도체 지수와 환율의 안정세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땐 국내 증시도 맥을 못췄으며 엔화와 연동해 원화의 급격한 절하가 이어질 경우 물가불안 등 거시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며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지수가 500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 환율따라 희비도 엇갈려 = 하나경제연구소는 2일 수출비중이 높은 화학.섬유.조선.전자.해운.항공 업종의 상반기 실적이 호전되며 환율 수혜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외화순부채가 큰 기업에는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원화가 1% 절하되면 매출 총이익이 10% 이상 증가하는 기업은 대한화섬.대동.한국고덴시.대륭정밀.삼양통상.대한해운 등이며, 외화순부채 규모가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은 한국전력.SK.현대상선.현대전자.S-오일.삼성전자 등이다.

그러나 2일 환율 수혜주는 오르고 외화부채가 큰 종목들은 내리는 공식을 보이지는 않았다. 종목별로 등락이 엇갈린 수준이다. 하나경제연구소 강문성 연구원은 "그동안 환율 얘기가 많이 나와 상당수 관련 수혜주들의 주가가 이미 올랐기 때문" 이라며 "그러나 98년 증시는 환율 수혜주가 주도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해당 업종들의 주가가 호조를 띨 것" 으로 전망했다.

정선구 기자 su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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