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학생 '마리화나' 무섭게 확산

미주중앙

입력

전국 고교생의 4분의 1 가량이 이전 한달 사이 최소 한 번 마리화나를 피워봤다고 답한 것으로 미루어 실제 마리화나를 경험해 본 학생의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인중독증회복선교센터 이해왕 대표는 "한인 학생 사이에서도 마리화나가 무서울 정도로 깊숙히 침투해 있다"며 "자녀가 마리화나를 피운다며 걱정이 돼 문의를 해오는 한인 학부모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한인 부모들의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한인이 마리화나에 대해 자녀와 대화를 나누며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은 무조건 안 된다" "마리화나를 피우면 마약중독자가 된다" "머리가 나빠져 공부를 못하게 된다"는 식의 일방통행식 단문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

LA한인타운의 김석동(47)씨는 최근 8학년 아들에게 "너도 마리화나 피우지?"라고 기습질문을 던졌다. 김씨의 아들은 "난 안피우지만 주위 친구중엔 피우는 애가 많다"고 답했다.

김씨가 "넌 안피우는데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냄새로 안다"였다. 김씨가 재차 "냄새는 어떻게 알았느냐"고 캐묻자 그의 아들은 "내 나이면 거의 다 안다"고 답해 김씨를 머쓱하게 했다.

김씨는 "청소년 사이에 마리화나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마리화나는 나쁜 것이니 절대로 피우면 안된다는 식으로 교육을 해온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전문가들은 "마리화나 흡연을 막연히 비행 청소년의 일탈행위 정도로 여기는 부모가 많은데 그런 식의 접근은 자녀에게 반발을 사기 십상"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자녀들이 '의료용으로도 괜찮을 정도면 몸에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따질 때가 많은데 이때 한인 학부모의 다수가 속시원히 대답을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마리화나(대마초) 흡연이 적발되면 범죄자가 되는 한국에서 온 부모와 학창 시절 마리화나를 피워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타인종 부모의 자녀 교육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녀 입장에서 볼 때 한국적 시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한인 부모는 '쿨하지 못할 뿐'이다.

학원가의 마리화나 확산은 단순한 유행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마리화나를 보는 시각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불일치와 그에 따른 효과적인 교육 및 단속이 실종된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원용석 기자 w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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