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에 벤처 CEO 모셔라"

중앙일보

입력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맡는 벤처기업 CEO가 부쩍 늘고 있다.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은 지난달 16일 열린 SK텔레콤 주총에서 이 회사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앞서 옥션의 이금룡 사장이 외환은행, 다우기술 김익래 회장은 국민은행,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은 주택은행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되는 등 금융권에도 대거 진출했다.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데이콤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벤처기업 경영자들이 사외이사로 선호되는 것은 이들이 참신성과 전문성을 함께 갖춘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

실제로 SK텔레콤은 공학박사 출신으로 첨단 통신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변대규 사장이 무선데이터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자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역시 엔지니어 출신인 이찬진 사장도 통신전문기업을 지향하는 데이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까다로워진 관련 법규로 대기업들이 참신한 ''사외이사감'' 을 찾기 어려워진 것도 이유. 올해부터 강화된 증권거래법은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에 대해 전체 등기 이사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사와 관련이 있거나 우호적인 인사로 사외이사 자리를 채워 온 많은 대기업들이 당장 적절한 인사를 찾기 어려워지자 자연스레 벤처기업인에 눈을 돌린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선임해야 한다면 경영.기술 등에서 도움되는 사람을 뽑는 방향으로 대기업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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