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같은 신보 이사장 공모 중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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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호 05면

정권 말 공기업 인사가 난맥을 드러내고 있다. 공모로 진행되던 신용보증기금 신임 이사장 선임이 갑자기 중단됐다. 지난주 퇴임 간담회까지 한 안택수 현 이사장이 재연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간담회까지 한 안택수 이사장 재연임설  정권 말 공기업 인사 파행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안택수 이사장의 재연임을 청와대에 제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보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등 경제 불안요인이 증폭됨에 따라 중소기업 지원을 맡은 신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업무 지속성과 능력으로 판단할 때 안 이사장의 유임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달 공공기관 평가에서 신보가 기관 평가 최우수(A), 기관장 평가 우수(B) 등급을 받은 점도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은 그러나 이런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안 이사장은 몇 달 전부터 공공연히 퇴임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주 퇴임 간담회에선 “아프리카 여행을 하고 싶다”며 "더 이상 월급 받는 자리에 있을 생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도 안 이사장의 퇴임을 전제로 지난달 새 이사장 공모를 시작했었다.
외부 인사들이 포함된 신보 추천위원회는 지난달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과 남상덕 전 한국은행 감사, 이해균 전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등 세 명을 새 이사장 후보로 금융위에 추천했다. 홍 위원 내정설이 파다한 가운데 청와대 인사 검증도 최근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보 노조는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했다. 신보 노조는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위원회 고위 인사를 (새 이사장에) 사전 내정했다”며 “그래 놓고 시늉뿐인 공모를 통해 낙하산 인사를 정당화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지역 편중 인사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홍 위원은 최근 ‘금융권 독식’ 논란을 빚고 있는 부산·경남(PK) 출신이다.
신보 관계자는 “새 이사장 후보로 추천된 세 분 중 한 명이 임명될 것으로 보고 이사장의 이·취임 준비까지 거의 끝냈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낙하산 인사’를 통해 내부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던 금융위의 계획이 당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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