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예술영화 전용관 마땅한 작품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과 12월에 각각 개관한 준(準)예술영화 상영관인 하이퍼텍 나다와 아트큐브 관계자에겐 요즘 한가지 고민이 있다.연중 한국영화를 1백40여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 쿼터를 올해 무리없이 지킬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한국영화를 상영하고 싶어도 극장 성격에 맞는 작품을 고르기가 여간 힘겨운 것이 아니다.외국 흥행작 때문에 스크린 쿼터를 종종 어기는 여타 극장과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실제로 지난 설 연휴에 멜로영화 ‘하루’를 상영했던 아트큐브의 경우 당시 주말 관객이 80여명에 그쳤다.예술성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극장이란 인식이 퍼져 일반영화를 내걸어도 보러 오는 관객이 드물었던 것.

할리우드 대작 ‘캐스트 어웨이’를 개봉했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반면 현재 상영중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천국의 아이들’엔 관객이 끊이지 않는다.

하이퍼텍 나다의 사정도 비슷하다.연초 멜로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낭패를 본 후 한국영화를 거의 틀지 못했다.

대신 일본 감독 츠카모토 신야,스웨덴 감독 잉마르 베리만 등의 특별전을 열었고,다음달에도 영화아카데미 졸업영상제·서울여성연극제 등이 잡혀있다.그러다 보니 하반기에 한국영화를 집중 상영해야 하는 곤란한 처지가 됐다.

“스크린 쿼터가 문제가 아니라 상업영화와 실험영화의 중간에 있는 한국영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아트큐브 이광모 대표),“우리가 편안하게 틀 수 있는,수준 있는 작품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한다.”(하이퍼텍 나다 신수연씨)

최근 한국영화계의 제작환경은 크게 좋아졌다.투자비를 대겠다는 사람도 많다.하지만 두 곳 뿐인 색깔있는 극장이 우리 영화를 고르는데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라면 우리 영화의 앞날을 낙관할 수만도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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