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홀] "내 작품에 손대지 마"

중앙일보

입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자기 작품에 대한 사랑이 ‘한니발’의 국내 개봉을 늦추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글래디에이터’로 작품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으로 부상한 스콧 감독의 ‘깐깐함’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국내 심의에서 잔인한 장면이 문제가 됐던 ‘한니발’은 편집과 모자이크 처리를 위해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업 중이다.

국내에서 편집을 못하는 이유는 계약 당시 스콧 감독이 ‘수입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원작을 편집할 경우 감독이 이를 맡는다’라는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같은 요구는 할리우드에서도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최정상 감독들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대해 말레이시아 수입사가 일부 편집을 요구하자 스필버그가 상영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슬리피 할로우’는 수입 심의에 문제가 생기자 국내에서 편집했다. 스콧 감독은 국내 심의에서 문제가 된 두 장면 중 목을 맨 시체의 내장이 보이는 장면은 수정을 끝냈고,지금은 사람의 뇌를 절개해 요리해 먹는 부분에 대한 수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스콧의 자기 작품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커 직접 필름을 살피고 편집까지한다는 게 UIP 코리아측의 전언이다.게다가 아카데미 시즌까지 겹쳐 스콧 감독의 일정이 더욱 바빠진 것도 ‘이쯤이면 올 때가 됐는데’라고 기다리는 UIP코리아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따라 당초 3월 개봉 예정이었던 ‘한니발’은 빨라야 4월말께 개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한니발’의 7월 개봉설이 나돌고 있지만 UIP 코리아측은 “‘미이라2’‘쥐라기 공원3’등 대작이 올 여름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필름이 도착하는대로 개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2주내로 편집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한 UIP코리아는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상영 스케줄이 어긋나지 않을까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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