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안양 고졸선수 2인방, 주전 급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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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급이 되니까 출전시켰지 괜히 넣었겠습니까. 경기를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28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를 앞둔 조광래 안양 LG 감독은 이날 주전들을 대거 빼고 신진급 선수들로 구성한 출전명단을 두고 쏟아지는 질문에 이처럼 자신있게대답했다.

조광래 감독의 자신감은 경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사실로 드러났다.

동북고를 졸업한 뒤 지난 해 입단, 4경기 교체멤버로만 뛰었던 미드필더 최원권은 이날 처음으로 선발 출전, 최고 용병 안드레의 자리를 거뜬히 메웠다.

최원권은 전반 10분 대담한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전남의 골문을 흔들더니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스루패스와 안양의 공격수들이 편안하게 볼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련한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지난 해에는 체력과 몸싸움에서 밀려 주전으로 올라서지는 못했지만 전지훈련동안 다져진 강인한 승부근성과 보강된 체력으로 안드레를 대신할 만한 비밀 병기로급부상했다.

스트라이커 드라간의 부상으로 최태욱과 투톱을 이룬 박성호 또한 조 감독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박성호는 지난 해 7월 부평고 3학년 당시 안양에 연고지명된 뒤 이날이 생애 첫프로무대였다.

비록 후반 10분 결정적인 골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등 첫 경기로 인한 부담감을 떨쳐버리지 못했지만 188㎝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몸놀림과 정확한 위치선정능력을 선보였다.

키프로스 전지훈련 중 전남과 연습경기를 가졌을 때 이회택 전남 감독조차 "어디서 저런 선수를 구했느냐"며 부러워했을 정도. 안양은 이런 박성호에게 일본으로 진출한 최용수의 백넘버 10번을 선뜻 내주었다.

"어린 선수를 키워야만 한국축구가 살수 있다"는 조광래 감독의 지론이 결코 모험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경기였다. (안양=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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