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로 가는 박문여중·고, 막아선 주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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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구도심인 인천시 동구 송림동에서 송도국제도시로의 이전을 추진 중인 인천박문여중·고. 지은 지 56년 된 학교 건물 등 열악한 학습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인천시교육청에 이전 승인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동구 지역 주민들은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된다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인천시청 앞에는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문여중·고 이전 반대 궐기대회’가 열렸다. 집회를 주도한 이전반대공동대책위 측은 “학교가 옮겨가면 주민들도 자녀교육을 위해 구도심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일 오전에는 이 학교 총동창회와 학부모·학교 관계자들이 인천시청을 찾아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마음을 다치게 하는 행동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이 72년 전통을 지닌 박문여중·고의 송도 이전 논란으로 뜨겁다. 1940년 사립학교로 문을 연 이 학교는 이후 천주교 재단 소속으로 바뀌면서 1955년부터 인천 동구 송림동에 터를 잡아왔다. 그러나 건축된 지 56년이 지난 학교 건물들이 더 이상 부분적인 리모델링만으로는 버틸 수가 없게 되자 신도심인 송도국제도시로 이전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종호 박문여중 교장은 “ 물이 새거나 전기배선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교실 컴퓨터 영상 및 방송시스템 등의 오류가 잦아 수업이 어려울 지경 ”이라고 말했다.

 2005년 인천시교육청의 시설안전진단 결과 D등급(중학교 건물)인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되는 등 유지보수도 한계에 달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재단인 인천교구에 교육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천주교 인천교구는 학교를 신축하기로 하고 송도국제도시의 연세대 국제캠퍼스 주변에 학교 터를 마련해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박문여중은 2014년 초에, 박문여고는 2015년 초에 각각 송도로 옮기기로 하고 현재 인천시교육청에 학교 이전 승인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박문여중·고의 이전이 전해지자 동구청과 동구의회가 반대 운동의 전면에 나섰다. 주민들과 함께 이전반대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인천교구에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반대 운동이 확산되면서 인천시의회도 ‘이전 계획 보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전을 반대하는 이들은 “박문여중·고가 이전하려는 송도 부지는 개발사업체가 학교를 지어 교육청에 기부하기로 돼 있는 땅”이라며 “이 학교의 이전은 개발사업체에 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 인천교구가 학교 부지를 싸게 구입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교구는 학교 이전이 학생·학부모는 물론 지역 주민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인천교구는 박문여중·고 자리에 현재 중구에 있는 인천교구청을 옮겨 올 계획이다. 인천교구 측은 “교구 산하 94개의 기관과 단체를 이용하는 인구가 연간 230만 명에 달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문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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