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100m, 인간 한계 예상 기록 9초44 → 8초9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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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우사인 볼트는 런던 올림픽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기록(9초58)을 깨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미래에는 인간이 9초 벽을 깰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은 볼트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m 결승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 [중앙포토]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는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달 초 자메이카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후배인 요한 블레이크(23)에게 100m와 200m 1위를 내줬다. 그렇지만 볼트는 여유롭다. 그는 12일 영국 데일리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런던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깨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람들도 그를 허무맹랑한 소리나 하는 괴짜라고 여기진 않는다. AP통신은 최근의 부진에도 볼트가 런던올림픽 100m와 200m, 400m 계주까지 3관왕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트에 대한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볼트가 깬 ‘과학의 함정’=다수 연구자들은 2008년까지만 해도 인간이 낼 수 있는 100m 달리기 기록의 한계가 9초44라고 했다. 100m를 10m씩 구간별로 나눠 가장 좋은 기록만을 취합한 결과다. 이 기록은 킴 콜린스(36·미국), 모리스 그린(38·미국), 볼트의 기록을 합친 것이다. 스타트 후 10m까지는 콜린스가 가장 빨랐고, 그린은 20∼50m에서 최고 기록을 냈다. 나머지 구간에서는 볼트가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볼트는 2008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지 꼭 1년 만에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계기록(9초58)을 또 바꿨다. 볼트는 0∼10m와 20∼30m 구간에서 각각 콜린스와 그린에게 뒤졌지만 나머지 구간에서는 모두 역대 1위였다. 당시 10m 구간별 최고 기록을 조합할 경우 인간이 낼 수 있는 100m 최고 기록은 9초35로 내려갔다. 9초44를 인간의 한계로 주장했던 연구자들이 머쓱해졌다. 그들은 볼트가 이토록 빨리 진화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인간의 한계는 ‘8초99’=스포츠채널 ESPN의 제작자인 존 브렌커스는 볼트 때문에 인간의 한계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저서 『퍼펙션 포인트』에서 “이 육상 천재는 세계기록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예측 모델들 역시 무효로 만들어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브렌커스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볼트의 레이스(9초69)를 대상으로 새로운 계산에 나섰다. 그 결과 인간의 한계는 8초99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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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계산법은 이렇다. 일단 9초69에서 부진한 출발로 손해 본 0.07초를 뺀다. 그가 역풍을 맞고 달렸다는 가정하에 다시 0.1초를 삭감한다. 베이징 트랙이 해발고도 상한선인 1000m보다 한참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0.06초를 다시 뺀다. 막판 결승선 통과 직전 볼트가 세리머니로 손해 본 0.1초도 덜어낸다. 이렇게 해서 도달한 수치가 9초36이다. 여기에 볼트보다 더 단거리에 들어맞는 근육을 가진 선수의 등장을 감안한 생리학적 향상인수(3.7%)를 반영한 게 9초01이다. 브렌커스는 “9초에 근접하다 보면 이를 경신하는 것은 내일 아침 해가 뜬다는 데 내기를 거는 것과 같은 일”이라며 “8초99가 먼 미래 인간의 한계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육상스타 토미 스미스(68)는 현재도 볼트가 8초대 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 스미스는 “볼트는 다른 선수보다 최고 속도에 이르는 시간이 짧고 지속시간은 길다”며 “볼트가 블레이크만큼의 스타트 능력을 가졌다면 8초88에서 8초90 정도의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200m 금메달리스트다. 시상대에서 동료인 존 카를로스와 함께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치켜들고 고개를 숙이는 인종차별 반대 퍼포먼스를 펼쳐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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