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인문학 서재 ⑤ NC다이노스 김경문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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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NC다이노스 감독의 등번호는 74다. 행운의 번호인 7과 죽을 사(死)와 같은 발음의 4를 합친 것이다. 행운과 불행이 함께 붙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치열한 전장의 장수다웠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1세에 야구를 시작해 프로야구팀 감독이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그가 이끈 야구 국가대표팀은 한국 남자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로야구 제9구단으로 내년 1군 진입을 앞둔 NC다이노스의 김경문(54) 감독은 자칭 “꿈을 이룬 사람”이다.

 프로의 세계가 어떤 곳인가. 그의 표현을 빌리면 “약한 모습을 보이면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곳”이다. 프로에서만 30년이지만 냉혹한 승부의 고통은 ‘가슴으로 멍든다’는 말이 어울리고, 패배에는 면역력도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책을 드는 것은 그래서다. 야구계 ‘독서광’으로 불리는 그는 최근 출간된 일본 야구소설 『나는 감독이다』 등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야구와 책, 선뜻 어울리지 않는다.

 “스님들이 지은 책,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읽는다. 법정 스님의 책을 많이 봤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경기의 스트레스가 코치로, 그리고 선수로 옮겨가니 표시내지 않고 어려움을 참는 방법을 배우려고 ….”

 『심상사성(心想事成) 금강경』(장승)은 그가 아끼는 책이다. ‘마음 먹은 대로 이뤄진다(心想事成)’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아서다. 마음뿐만 아니라 말을 다스리는 것도 감독에게는 중요하다. 『당신의 입을 다스려라』(바다출판사) 같은 책을 펼치는 이유다.

 패배의 순간은 늘 쓰리다.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순간도 많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혼자 서 있으면 생각이 정리되죠. ‘이기는 쪽에만 방향을 맞췄구나’ 하며 새로운 그림을 그리곤 해요. 감독은 진 경기만 생각하니까. 그래서 많이 지는 팀 감독이 머리가 아픈 거에요.” (웃음)

 자서전도 그가 자주 들춰보는 책이다. “고생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은 없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을 보고 느끼는 게 많다”고 했다.

 -운동할 시간도 모자랄 텐데.

 “초심을 잃지 말자 하면서도 사람인지라 자꾸 잃는다. 책은 마음을 정화하고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들뜬 마음으로 경기를 하면 그르칠 수 있다.”

 - 그렇다면 감독에게 독서란.

 “나 자신을 밝게 하는 것이다. 현장에 있으면 시야가 좁아지고 반복된 생각을 하게 된다. 독서는 잊혀졌던 나를 새롭게 깨우고 새로운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감독만 9년 넘게 했다. 선수들 마음을 읽는 데는 도사겠다.

 “감독은 눈이 좋아야 하는 사람이다. 평온하게 쳐다보는 듯해도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표정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체크한다. 선수들은 감독을 어려워하고 말을 잘 못하니까.”

 -포수 출신이다. 경영자와 비슷한 역할인데.

 “투수는 야구에서 엘리트다.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포수는 투수의 개성과 장단점을 파악해 이들이 가장 잘 던지도록 리드해 승리하게 하는 사람이다.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다.”

 -야구가 인생과 닮았나.

 “야구는 9회에 스리 아웃 카운트 잡고 결과가 나와야 끝난다. 경기가 끝날 것 같아 채널을 돌렸는데 스포츠 뉴스를 보면 결과가 달라질 때도 있지 않나.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처럼 굴곡이 많다.”

 -도전에 좌절하는 젊은이도 많다.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선수는 야구 잘하고 시합에 매일 나가는 아이들이 아니다. 열심히 했는데 주전에서 밀리고 백업요원 하는 선수들이다. 그렇지만 야구를 하다 보면 희생하는 선수도 필요하다. 모두 다 4번 치고 주전하고 스포트라이트 받으려고 하면 팀이 어려워진다. 자신의 자리에 맞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감독 말 잘 듣는다고 써주는 게 아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강조했다. 과일을 살 때 예쁜 과일을 고르는 사람도 있고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사람도 있을 거고, 가격에 따라 고르는 사람이 있을 텐데 나름의 개성이 있어야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독서를 넘어 삶 전반에 해당하는 얘기다.

◆김경문 감독 사인 볼 행사=인터뷰 동영상은 ‘희망의 인문학’ 캠페인 홈페이지(inmun.yes24.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31일까지 ‘희망의 인문학’ 홈페이지나 해쉬태그 ‘#희망의인문학’과 함께 트위터에 올려주시면 총 20명에게 김경문 감독의 사인 볼을 드립니다.

또 인생과 야구의 공통점에 대한 생각을 31일까지 예스24 페이스북(facebook.com/yes24)에 댓글로 남겨주시면 총 20명에게 김 감독의 사인 볼을 드립니다.

김경문이 권하는 책

- 노자처럼 이끌고 공자처럼 행하라(후웨이홍·왕따하이, 한스미디어)

- 당신의 입을 다스려라(로버트제누아, 바다출판사)

-실행이 답이다(이인규, 더난출판)

-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리처 드 J 라이더·데이비드 A 샤피로, 워즈덤하우스)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이승복, 황금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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