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수입 LNG 값 SK보다 2배 이상 비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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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달 30일 지식경제부는 한국가스공사가 각 지역 도시가스업체에 공급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도매가를 4.9% 인상했다. 이에 따라 도시가스 업체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가스요금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도시가스 요금이 곧 오를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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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경부와 한국가스공사는 “LNG 도입단가가 치솟아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스공사가 인도네시아에서 LNG를 들여오는 단가는 지난해 ㎥당 731.8원에서 올 1분기 783원으로 7% 상승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 변화에는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바닥을 기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달 기준 1MMBtu(약 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 2.78달러로 10년 전인 2002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006년 10달러 선까지 올랐다가 계속 내리막을 타고 있다. 그럼에도 도시가스 요금은 10년 전 ㎥당 425원에서 지금은 832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이렇게 국제 가스 가격은 계속 내리는데 도시가스료는 도대체 왜 자꾸 오르는 걸까. 도시가스 업체들에 LNG를 독점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의 도입가 산정 방식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외국에서 가스 수입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국제 가스 가격이 아닌 원유가에 연동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 그런데 요즘 원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천연가스 국제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LNG를 들여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방식의 계약을 한 데 대해 가스공사 측은 “일본·대만도 모두 하고 있는 보편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국내에 다른 방식으로, 훨씬 싸게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민간 회사가 있다. 바로 SK E&S다. 현재 도시가스용 LNG는 가스공사만 들여올 수 있지만, 발전소를 가진 업체가 자기가 쓸 목적으로는 수입을 할 수 있다. SK E&S는 바로 이런 용도로 가스를 들여오고 있다. 그런데 SK E&S는 가스공사보다 훨씬 싸게 LNG를 수입한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오는 가격이 올 1분기 평균 259.29원이었다. 가스공사(783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가스공사는 올 들어 도입 가격이 뛴 반면, SK E&S는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해 평균 321.53원에 비해 19% 저렴하다. 가스공사 도입가는 오르는데 SK E&S는 반대로 내린 건 두 회사가 상이한 가격 산정 방식을 적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SK E&S 측은 “수입선과 계약 내용을 비밀로 하기로 해 왜 값이 떨어졌는지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가스공사가 수입하는 LNG 가격이 훨씬 비싼 데 대해 가스공사 측은 “SK는 가스 값이 쌌던 2004년에 장기 도입 계약을 한 반면,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가스공사는 LNG값이 올랐을 때도 수입 계약을 해야만 했기에 평균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이만우(경제학) 교수는 “가스공사의 해명도 일리가 있지만 공기업이 독점적으로 사업을 하는 구조 때문에 비효율이 발생해 소비자들 부담이 늘었을 수 있다”며 “가스공사는 경영 효율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던 발전회사 중에 아예 LNG를 직접 들여오겠다고 나선 곳도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올 4월 스위스 석유거래업체 비톨과 LNG 직도입 계약을 맺었다. 2015년부터 연간 40만t을 수입할 계획이다. 중부발전 측은 “민간회사처럼 좋은 조건에 계약을 맺어 전력시장에서 단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가스공사 측은 “올 들어 미국과 LNG 도입 계약을 하면서는 원유가 아닌 가스값에 연동해 가격을 정하기로 하는 등 보다 싼 값에 LNG를 들여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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