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갈수록 태산' 탁구협 내분

중앙일보

입력

탁구계의 밥그릇 싸움이 다음달 23일 오사카 세계선수권 남북한 단일팀 출전을 앞두고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내분 1라운드는 지난달 이광남(숭민그룹 회장)회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새 집행부의 논공행상 인사로 일부 협회 직원이 집단 사표를 제출했고 이회장을 반대하는 세력의 불참으로 정기 대의원 총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2라운드는 더 혼탁했다. 오사카 세계선수권에 남북한 단일팀이 출전한다는 발표 속에서도 집행부 반대세력은 두차례나 국가대표 선발전을 보이콧했다.

집행부는 탁구계 화합을 내걸며 선발전에 불참한 주세혁(한국담배인삼공사).김봉철(제주삼다수) 등을 대표팀에 합류시키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김택수(한국담배인삼공사).주세혁.김봉철 등이 태릉선수촌 입촌을 거부하면서 3라운드는 이제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

집행부 반대세력의 대표격인 강문수(서울은행 명동지점장)씨는 "현 집행부가 탁구협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며 "남녀 추천 선수와 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성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고 지적했다. 단일팀 강문수 감독과 동명이인인 강씨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선수들은 입촌을 계속 거부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입촌 거부 선수들은 개인 의사에 상관없이 입촌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김택수는 "이유에 대해 묻지 마라. 문제가 빨리 해결돼 태릉에 들어가고 싶을 뿐이다" 며 집행부 반대파인 소속팀 결정에 따른 것을 간접 시인했다.

탁구계 전체가 힘을 합쳐도 남북한 단일팀은 빠듯한 일정에 맞추기 어렵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고 남북한 선수간 호흡을 맞추기는커녕 남한 선수끼리 융화도 이뤄내기 힘들다. 탁구계의 추악한 집안 싸움이 남북한 화합 한마당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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