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미국의 아시아계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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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이 강력하고 풍요로운 국가가 되어 국제문제해결에 더 큰 역할을 환영하며, 중국은 미국이 아태 국가의 일원으로서 이지역의 평화 번영과 안정에 기여할 것을 환영한다.” 이는 2011년 1월1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의 일부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이 아태 국가의 일원임을 확인하듯이 중국과 한국에 주재할 미국대사로 중국계 및 한국계 출신을 임명하였다. 파격적인 아시아계 인사였다. 2011년 8월 “게리 로크(駱家輝)”(1950- )대사가 중국에 부임하였고 동년 10월에는 “성김(김성용)”(1960- )대사가 서울에 부임하였다.

현지출신을 대사로 임명하는 것은 미국의 수많은 이민가정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중국과 한국 국민에게는 친근한 미국을 느끼게 하는 “퍼블릭 디플로마시(공공외교)”의 효과도 있다.

로크대사는 광동성 타이산(台山)출신의 이민 3세로 아버지 제임스 로크는 미국에서 태어나 2차대전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전한 퇴역 미군이었다. 로크대사는 시애틀에서 고교를 다녔고 예일대와 보스톤 대 로스쿨(법과대학원)을 졸업 지방검사 생활을 거쳐 워싱톤 주 지사에 두 번이나 당선된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다. 오바마 정권에서 상무장관을 지내고 베이징으로 부임하였다.

부임 후 충칭(重慶)의 공안국장 왕리쥔(王立軍) 미영사관 망명 및 맹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탈출 사건 등 두 달 반 동안 대형사건을 잘 수습하여 외교관으로서 능력도 인정받았다.
성김 대사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중1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20세 때 미국시민이 된 코메리칸(한국계 미국인)이다. 그의 작고한 아버지가 주일한국대사관의 공사로 근무하였을 당시 “김대중 납치사건”(1973)과 관련되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하였다고 전한다. 성김 대사는 펜실베니아 대학과 로욜라 로스쿨을 나와 지방검사 생활을 하다가 직업외교관으로 전직 한국 말레이시아 일본 홍콩등지에서 근무하였다. 한국말도 잘하는 성김 대사는 국무성 한국과장과 6자회담 수석대표도 지냈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체제에 따른 한반도의 불안정등 민감한 시기에 부임한 성김 대사는 미국의 남북관계 최고 전문가로서 재임 중 한반도를 둘러 싼 동북아의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잘 헤쳐 나갈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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