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보기] 프로농구 '진흙탕 싸움' 지도자들 책임 크다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가 갑자기 난장판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농구가 필연적으로 몸싸움을 해야 하는 경기라지만 플레이오프전은 도가 지나쳐 격투기를 방불케 한다.

경기 중 필요 이상의 과격한 몸싸움으로 으르렁대기 일쑤고 외국인 선수들끼리 싸워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또 어떤 외국인 선수는 심판을 밀쳐 퇴장당하면서 경기장 기물을 집어던지는 안하무인의 모습을 보였다.

지나친 승부욕 탓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특히 어느 누구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선수들을 진정시켜야 할 구단측은 반성 한마디없이 심판들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엉뚱한 하소연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심판들만 희생양이 될 공산이 커졌다.

사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즌 시작부터 툭하면 터져나오기 일쑤였다. 원인은 심판들의 미숙한 판정과 감독 코치들의 그릇된 인식이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농구경기의 속성상 심판들은 찰나적으로 판정의 타이밍을 놓치거나 오심을 저지를 개연성이 크다. 특히 쌍방 파울이나 경미한 파울일 경우 그냥 넘어갈 수도 있고 휘슬을 불 수도 있다. 심판의 재량에 달린 것이다. 이러다 보니 어느 한 팀이 불리한 판정을 받았다고 오해할 수 있고 나아가 불신으로 이어진다.

최고 수준의 농구리그인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게임당 8.7개의 오심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게임당 10.78개(한국농구연맹 분석)인 한국보다는 적지만 얼마든지 분쟁의 소지가 있는 숫자다.

그러나 한국처럼 감독들이 매 경기마다 판정 불만으로 아우성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그들이라고 눈과 입이 없겠는가. 농구의 속성상 오심 가능성은 늘 있고 또 하루이틀 볼 사람들도 아니라는 동업자 의식 등이 과격한 어필을 막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프로농구는 이제 5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심판들이 아직 서투르고 노련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판정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힘쓰고 있다. 시즌 후 심판들의 고과를 매겨 꼴찌를 기록한 심판을 탈락시키거나 고가순으로 연봉을 주는 제도가 그 한 예다. 프로농구에 비해 10년 이상 형님격인 프로야구도 지난해 11건의 크고 작은 판정 시비가 발생해 모두 11명이 퇴장당했다. 심판에게 욕설을 하거나 신체적인 위해를 가해 퇴장당한 코치들이 절반인 5명이나 된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이다 다소 흥분해 다툼을 벌이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심판에게 대들거나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지도자들 탓이 크다. 감독들이 늘 심판 판정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으니 선수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심지어 선수들에게 "심판까지 모두 8명이 우리 팀과 싸우는 격" 이라고 선수들을 부추기는 코치까지 있다고 한다. 프로농구 지도자들의 반성과 자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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