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하 눈치보는 국내 증시

중앙일보

입력

20일(현지시각)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국내 증시가 극심한 '눈치작전' 장세를 펼쳤다.

국내 투자자들이 FOMC 회의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다수의 증시전문가들이 FOMC 회의결과가 이번주는 물론 향후 상당기간에 걸쳐 국내 증시의 향방을결정할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은 경기침체의 가속을 의미하면서 FRB의 금리인하폭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오던 터였다.

만일 FRB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 단기금리를 0.75%포인트 대폭 인하할 경우 미증시가 이를 환영하고 미 증시에 동조된 국내 증시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FRB가 이번 회의에서 인하폭을 0.5%포인트로 결정하면 미국과 국내 증시모두 기대감 무산에 따라 실망 매물을 쏟아내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 FOMC 회의 결과가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전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19일 우리증시는 장중 전반적으로는 회의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해 보였으나 장후반들어 불확실한 전망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급등락을 거듭하며 이렇다할 징후를 찾기 어려운 미국 글로벡스선물 가격에 거래소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 종합지수가 흔들리는 양상이었다.

대우증권 투자정보팀 신상범씨는 "만일 금리인하폭이 0.75%포인트에 이를 경우 국내 증시는 장중 나스닥 글로벡스 결과에 따라 미 증시에 앞서 상승국면이 반나절 또는 하루 가량 일찍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이날 은행주와 증권주 등 지난 1월초 전격적인 금리인하 발표때의 수혜주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미국이 설령 금리를 0.75%포인트 내리더라도 최근 미국과 국내 증시의 체력을 감안한다면 본격적인 상승추세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대목도 '눈치작전'의 배경이 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미 금리인하 재료를 배경으로 한 '반짝장세'에 대응하는 투자전략을 권유하는 증시전문가들이 많다.

이에 따라 대폭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돼 지수가 단기급등한 뒤 기술적 반락으로 이어질 때 최근 매도반전의 기미가 관찰되고 있는 개인과 외국인의 매매패턴과 맞물릴 경우 하락폭이 예상외로 커질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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