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 정책의 입안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유종일 교수는 5일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성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철학과 사람이 뒷받침되지 않는, 코 높이고 쌍꺼풀 하는 게 유행이니까 따라 하는 ‘성형 경제민주화’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를 이끄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에 대해서는 “존경하는 분이라 대응하기 어렵지만, 1980년대 후반의 경제 인식에서 많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총선 전 민주당의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이었던 유 교수는 이날 당의 경제민주화포럼 출범 토론에서 발제를 맡았다. 그는 포럼의 공동대표인 유승희 의원의 시동생이며, 역시 공동대표인 이종걸 의원과도 친분이 있다.
유 교수는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겉으로 보기엔 비슷한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구분하기 애매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이슈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며 “역시 두 당의 차별화는 재벌의 소유구조 개혁과 금산분리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권력이 비대해지는 걸 제어해야 한다는 김종인식의 논리를 넘어 총수 한 명에게 집중된 기업지배구조를 근본부터 바꿈으로써 경제민주화 정책이 정권과 상관없이 영구히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 창립 멤버인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야권에서는 이미 시민단체와 더불어 3~4년 전부터 경제민주화를 논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19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10개가 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했다. 포럼에는 대선 주자인 문재인·손학규 고문도 참석했다. 문 고문은 “경제민주화의 출발은 시장에 넘어간 권력, 재벌에 넘어간 권력을 되찾자는 것이고, 그것이 재벌 개혁의 시작이다. 하지만 재벌을 해체하자는 게 아니라 재벌의 경쟁력을 살리면서 개혁 방안을 찾자는 것”이라고 했다. 손 고문은 “경제민주화라고 하면 재벌 때려잡는 것이라고 공포에 질려 있는 사람이 있는데, 대기업이 골목까지 파고들어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되는 나라를 위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