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 예상밖 동시 조치 침체된 세계 경제 단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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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전 조율 흔적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공조의 효과는 충분했다. 중국 인민은행(PBOC),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BOE)이 5일 일제히 경기부양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통화 가디언(Money Guardian)이 일제히 행동에 나섰다”고 평했다.

 방법이 조금씩 달랐을 뿐이다.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만 내렸다. ECB는 기준금리 인하에다 시중은행이 맡기는 돈에 주던 이자까지 낮췄다. ECB 창구를 나간 돈이 시중은행을 거쳐 다시 ECB로 되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최근 유로존 시중은행은 돈 떼일 게 두려워 기업과 가계에 돈을 빌려 주지 않고 중앙은행에 맡겨 놓고 있다. 재정위기와 긴축이 낳은 실물경제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양적완화(QE)를 단행했다. 500억 파운드(약 88조3500억원)를 새로 찍어 시장에 풀기로 했다. 2008년 이후 세 번째 양적완화다.

 로이터통신은 “ECB와 BOE의 조치는 예상됐다”며 “하지만 인민은행은 예상보다 빨라 시장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금융시장 전문가는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보다 지급준비율을 먼저 내릴 것으로 내다봤었다. 무슨 일이 있기에 인민은행이 한 달 정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을까.

 경제전문 미디어 CNBC 등은 “최근 씨티그룹·크레디트스위스·도이체방크 등이 중국 2분기 성장률 예상치를 줄줄이 낮출 정도로 실물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심지어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국제경제교역센터(CCIEE)가 “2분기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실제 지난달 8일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은행들의 대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FT가 “집값이 떨어지고 산업활동이 둔화되면서 자금 수요가 줄어든 탓”으로 최근 풀이했다. 중국처럼 고도성장기 나라에서 은행이 빌려 주려는데도 자금 수요가 준다는 것은 심상찮은 조짐이다. 경기가 한결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중국·유럽·영국 중앙은행의 뜻밖의 공조가 주식시장 등 세계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CNBC는 월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유럽 위기와 주요국 제조업 위축 조짐에 긴장한 시장이 한결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쏠리게 됐다. FRB는 이달 31일부터 이틀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기준금리는 여전히 사실상 제로금리다. 벤 버냉키 의장이 BOE의 머빈 킹 총재처럼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할지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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