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카와 유리코 〈검은숲의 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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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상한 현상은 왜 생겨나고 과학이 진보해도 왜 사라지지 않는 건지, 완벽한 꿈인지, 현실에 존재하는 건지 알고 싶어하는 주인공 아릿사 톰슨은 미스터리 잡지 기자 신분이다. 학생 취업으로 취재 차 간 오스트리아에서 그녀는 신비한 사건을 겪게 된다. 기르기르토의 전설이 남아 있는 '아르자스 숲.'

그곳에는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과 행방불명의 용의자로 지명된 오랫동안 검은 숲을 다스려온 돌 가(家)의 남자 세발리에.

좋은 동료이자 선배였던 닉의 죽음으로 드디어 아릿사도 그를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숲의 마성을 두려워하는 마을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범죄였음이 밝혀지면서 아릿사는 그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이 검은 숲에 얽힌 전설 자체가 사람의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권선징악이듯 그들은 금광을 독차지하려는 세력가들의 음모를 폭로한다.

겉보기에는 인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상한 생명체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피노루즈는 그가 날개를 가진 자, 즉 특이한 힘을 가진 자라고 한다. 아릿사는 아쉬움을 남기며 그들을 떠나지만 마치 이상한 사건만 불러오는 체질인지 계속되는 기현상들로 그들과 인연을 이어간다.

호기심 많고 쾌활한 성격의 아릿사가 역사에 남은 괴현상의 진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데 관심이 많고 행동적이면서도 제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기만 하는 것이 아쉽다.

또 유감이라면 초기의 깔끔한 구성과는 달리 2권에서는 진부한 전개가 계속되는 것. 광폭한 기질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던 캐릭터, 소피아는 단순한 훼방꾼 역에서 못 벗어나고 아릿사에게 치유의 힘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성격이나 개성은 다 묻혀버리고 만다.

특히 향기만으로도 기분을 고양시키는 작용이 있는 아프리카의 약초가 모티브인 '데먼즈 후룰루-악마의 꽃'편에서는 처음에는 식물성 마약이라는 소재에서 출발해 아릿사의 비밀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가면 갈수록 '모든 것은 운명이었다'라는 운명론으로 빠져들고 만다.

그것은 매력적인 악인, 돌 가의 혈통을 가진 또 다른 능력자 소피아와 친척인 젊은 교수 살리에르, 아름답고 청결해서 성당의 그림에서 빠져나온 천사 같은 사제 리나무, 이 셋이 경쟁하듯 아릿사를 차지하려는 목적과 관련이 있었다.

드디어 아릿사가 테르베 더 브랭카 - 진짜 천사의 재래인 것이 드러나면서 갑자기 힘이 빠져 버렸다. 평범에서 비범으로 훌쩍 뛰어넘었지만 그녀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세발리에가 선택한 열쇠가 그녀라는 것만으로 그 둘의 끈질긴 인연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생각된다.

민담에서 출발했고 민담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민담에 머무르긴 했지만 장점도 많다. 특히 이 작품은 잘 짜여진 이야기를 갖고 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 실제로 있을 듯한 동화적인 분위기, 육식 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백발에 빨간 눈을 가진 살아있는 인형, 불을 조정하는 가문의 힘, 기괴한 능력으로 인해 폐쇄적인 생활을 해온 귀족 가문 등 다양한 모티브를 섬세하게 엮어낸 솜씨도 돋보인다.

인물들의 캐릭터도 분명하고 개성적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와인과 술 이름을 따라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판타지 적인 바탕에 살인, 범죄, 마약 등 현대적인 소재를 결합한 부분도 자연스럽다.

미스터리 서스펜서, 판타지, 오컬트 어느 장르로도 볼 수 있는 융통성 또한 있다. 특히 '성벽의 마리아'부분은 애드거 알렌 포의 〈검은 고양이〉를 차용한 흔적이 있지만 뒤의 기가 막힌 반전이 볼 만하다. 1화 2화 3화는 단편으로서의 완성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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