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전·월세 대책] 영세민 실제 혜택 의문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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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오르는 가운데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어나자 정부.여당이 16일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당장 급한 불을 끄자는 것이지 중장기 대책으론 미흡하다.

단기 대책 가운데 일부는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영세민용 전.월세 보증금 융자 한도를 늘리고 대출금리를 낮추기로 했지만 구청에서 대상을 선정하고 보증을 세우는 등 운영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이 없어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영세민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기조실장은 "실제 운영과정에 대한 개선책 없이 보증금을 확대하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실효가 적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張실장은 중장기 대책인 공공 임대주택 건설 확대도 지난해 10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 공급이 정부가 목표한 물량의 30%인 2만호에 그친 점을 들면서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셋값 상승과 월세 전환을 주택임대 시장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3.16 대책은 너무 임기응변식이라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 윤주현 연구위원은 "최근 전.월세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낮은 금리와 안정된 집값 때문에 주택에 대한 기회비용이 전셋값에서 집값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 라며 "월세가 전셋값에 대한 금리 기준이 아니라 집값에 대한 비율로 바뀌는 상황에 대비한 근본적인 임대사업 전환 대책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미국 등 대부분 국가에선 월세가 집값에 해당하는 금액의 은행대출 금리의 두배 수준인 데 비해 우리는 전세보증금에 대한 대출금리의 두배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집값과 월세를 비교하면 우리나라 월세가 싼 셈이지만 우리나라 집값이 다른 나라의 그것보다 비싼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임대료가 집값을 기준으로 현실화할 때를 대비해 회사형 임대사업자 양성 등 임대사업을 활성화하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올해 도입될 부동산투자신탁회사 등을 임대사업과 연계해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주현 연구위원은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려면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임대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와 적정 임대료를 초과하는 집주인의 명단을 국세청에 통보하는 등 강제적인 대책은 결과적으로 임대주택의 수급 불균형을 가져올 수도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당장 전.월세를 구하기 어려운 판에 조정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세입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월세 주택의 공급 위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혜경 전문위원 hk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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