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스터 음악파일차단 초읽기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온라인 음악파일 다운로드 서비스 사이트인 냅스터가 저작권 있는 음악파일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초읽기''에 몰렸다.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음악파일 차단명령시한이 14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美연방법원은 지난 6일 음반업계로부터 저작권있는 노래의 가수.파일 명단을 통보받는 날로부터 영업일(business day) 기준 사흘안에 차단장치를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미국음반업협회(RIAA)는 지난 9일 냅스터에 13만5천곡의 명단을 통보했다.

냅스터는 지난 5일 수천곡에 대해 자체적으로 음악파일 여과장치(필터)를 설치했으나 일부 곡의 경우 차단이 안돼 대책마련에 부심해왔다.

특히 개별곡의 변형파일(variation), 즉 곡명이나 가수이름을 약간 변형시켰을경우 종전처럼 무료로 음악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냅스터측은 현재 2만6천곡, 600만개의 파일명(변형파일 포함)중 11만5천여개의 파일명을 스크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냅스터 이용자들은 예컨대 하드록 그룹 `메탈리카''(Metallica)를 `엠메탈리카(MMetallica)로, 메탈리카의 히트곡 `언포기븐''(Unforgiven)을 `언4기븐''(Un4given)식으로 철자를 바꿔 접속하고 있다.

심지어 캐나다의 펄스미디어(PurseNewMedia)라는 회사는 냅스터 이용자들이 여과장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공짜로 음악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냅스터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펄스미디어 소프트웨어는 일단 설치되면 MP3(콤팩트 디스크수록 음악을 작은 컴퓨터파일로 압축) 파일명의 앞글자와 뒷글자를 자동적으로 바꿔준다. 즉 `메탈리카''(Metallica)가 `에탈리카메이''(ettallicaMay)로 된다.

이렇게 되면 냅스터의 여과장치를 속이고 음악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이를 `피그 라틴''(pig Latin:어두의 자음군을 어미로 돌리고 거기에 ay(발음 `에이'')를 덧붙임. 예:boy=oybay)이라고 한다.

냅스터의 음악파일 차단 성패는 바로 이런 변형파일을 저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한곡당 수십개의 변형파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냅스터는 수개월의 협상 끝에 13일 샌프란시스코 연안 버클리 소재 음악인지 서비스 개발업체인 그레이스노트(Gracenote)와 제휴하기에 이르렀다. 제휴조건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레이스노트는 지난 95년부터 노래와 앨범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온회사로 25만명의 가수이름에 대한 약 14만개의 변형명과 900여만곡에 대한 약 300만개의 변형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제휴가 냅스터의 변형 파일 차단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레이스노트측은 록가수 프린스의 변형이름을 80개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냅스터 이용자들이 변형시킬 수 있는 프린스 이름을 대부분 여과장치로 잡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냅스터와 그레이스노트 기술자들은 다음주까지 그레이스노트의 변형파일 데이터를 냅스터의 여과시스템에 장착하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행크 배리 냅스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저작권위반 및 음악파일 차단명령을 내린 메릴린 홀 페텔 판사에게 서한을 보내 냅스터가 차단명령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런 노력을 중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독립적 기술전문가를 지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배리 최고경영자는 또 음반업계가 최근 통보한 13만5천곡중 9만5천곡은 새로운 차단대상 곡이지만 이중 절반가량은 법원명령대로 파일명을 첨부하지 않았으며 5천600곡은 먼저 제시한 곡과 중복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는 명령준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데 음반업계는 그렇지 못하다는 항변인 셈이다.

배리는 "냅스터가 변형파일을 제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으나 누구도 영업일 사흘안에 모든 변형파일을 차단할 것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보완작업을 통해 변형파일의 99%를잡아내겠다고 말했다. 냅스터는 기술적 노력외에 법정밖 화해와 항소 등의 다각적인해결방안도 아울러 병행하고 있다.

냅스터는 지난달 23일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에 3인 재판부 차단명령에불복, 전원재판부 심리를 청원하는 한편 지난 9일에는 주요 음반업계 변호사들과 법원중재 아래 회동, 라이선스료 등 타협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냅스터는 지난주 그래미상 프로듀서들과 온라인 음악판매 사이트 이뮤직(EMusic)으로부터 저작권위반 및 무단거래 혐의로 잇따라 피소돼 더욱 곤경에 몰렸다.

RIAA가 계속 차단대상 음악명단을 냅스터에 통보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냅스터의차단노력은 적어도 회원제(유료화)를 도입키로 한 7월 이전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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