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해외판매 300만대 사상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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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현대·기아자동차가 올 상반기 세계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거뒀다. 판매 대수로 봤을 때 지난해와 비교해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해외시장에서 지난해보다 15.1% 늘어난 185만1899대를 팔았다. 기아차는 115만7005대를 팔아 지난해 동기 대비 16.4%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5년째 공들이고 있는 현지화 전략 덕에 해외 시장에서 선방할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2007년부터 ‘현지 전략 모델’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각 지역 소비자들의 기호를 분석해 이를 반영한 것이 주효했다. 러시아용으로는 낮은 기온에서도 시동이 잘 걸리는 배터리처럼 추운 날씨용 사양을 대거 적용한 ‘쏠라리스’(현대차 엑센트 개조 모델)를 선보였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를 잡기 위해 기아차는 5도어 해치백 모델인 ‘씨드’를 투입했다. 중국에서 출시하는 차에는 고급 사양을 대폭 집어넣기도 했다. 크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 고객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신차 효과를 노리고 새 차도 꾸준히 출시했다. 올 초 유럽에서 신형 i30를 출시하고 미국에서 신형 그랜저를 선보였다. 이런 노력 덕에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도 다른 자동차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1~5월 유럽 시장에서 지난해 동기보다 0.5%포인트 증가한 3.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0.7%포인트 올라 2.5%가 됐다. 이 밖에 미국·러시아·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꾸준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상반기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나 신차를 꾸준히 출시하며 최대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잘나가는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주춤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지난해보다 4.7% 감소한 32만8113대를 팔았다. 기아차 판매량(23만9138대)도 지난해보다 3.7% 줄었다. 그러면서 시장점유율이 감소했다. 1~5월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5.2%에서 올해 74.8%로 소폭 하락했다. 수입차 인기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총 5만1600여 대의 수입차가 팔렸다. 지난해와 비교해 21%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KAIDA 측은 “아직 6월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올 상반기는 20%가량 성장해 6만 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수입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줄고 수입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한국GM·쌍용차는 국내에서 선전하고 있다. 한국GM은 상반기에 7만1506대를 팔아 2003년 이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쌍용차도 지난해보다 7.9% 늘어난 2만1841대를 팔았다. 다만 두 브랜드 모두 해외 판매량은 줄었다. 르노삼성은 6월 국내 시장에서 만년 5위 쌍용차에 밀려 처음으로 5위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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