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당 잔반 먹어치우는 '신사 거지'들, 사연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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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평양의 한 식당]

북한 평양 식당가에 말쑥한 차림을 한 일명 '신사 거지'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공급받는 식량만으로 식구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 식당에서 걸식을 하는 것이다.

최근 열린북한방송에 따르면 평양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한모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평양 시내 식당들에서 손님들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평양에서는 직장을 다니는 세대주에게만 식량 공급을 하는데, 그것으로는 온 집안 식구들이 한 달을 버티기 힘들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다.

평양 변두리 지역은 물론 중심 구역들인 대동강· 대성구역 등에서도 '신사 거지'가 넘쳐나고 있다. 남성은 물론 여성과 아이들도 사람이 많이 붐비는 평양역과 공원, 옥류관과 청류관 등 큰 식당들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이 남긴 음식물을 먹어 치운다.

깨끗한 차림의 '신사 거지'들은 겉으로 보기엔 너무 멀쩡해 단속하기도 힘들다. 이들은 옷을 깨끗하게 입지 않으면 관리원들이 식당 주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말과 행동이 어눌하면 식당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말투와 행동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최근 고려호텔과 가까운 거리인 평양역 앞 공원에는 열차를 기다리던 손님들이 도시락을 먹으면 그 앞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사정까지 하는 아이들이 많아 보안원들이 단속에 나섰다. 말쑥한 '신사 거지'들은 이같은 단속망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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