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돔 만들어 교실 환해지자 … 학업성취도 상위 5% 학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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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사이 유리 돔을 얹어 학생들의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영국 킹스데일 학교.

영국 런던 남동부의 킹스데일 학교(우리의 중·고 통합형)는 건물이 낡고 학생들 성적도 좋지 않은 지역 내 ‘기피 학교’였다. 하지만 1999년 기존 건물의 리노베이션에 착수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건물들 사이에 유리 돔(dome·반구형 지붕)을 만들었다. 비·바람을 막고 햇살은 끌어들이는 돔 덕에 황량했던 공터가 휴식과 독서, 수업, 행사 모두 가능한 다목적 공간이 됐다. 교실과 교실을 잇는 계단과 통로도 대폭 늘렸다. 이동 동선을 줄여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토록 한 것이다. 달걀 모양의 거대한 콘서트홀도 만들었다. 학교가 깨끗하고 편리해지자 학생들도 달라졌다. 수업 태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고 결석률이 줄었다. 킹스데일은 기피 학교에서 학업 성취도가 영국 전체 상위 5%에 드는 우수 학교, 지역 내 우등생이 모이는 인기 학교로 자리 잡았다.

 선진국 대부분은 학교 시설 개선에 관심이 높다. 한국교육환경연구원의 김성중 기획사무국장은 “선진국엔 학교 시설의 질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신축 학교나 리노베이션을 거친 학교의 학생은 환경이 열악한 학교 학생에 비해 학습 의욕이 높고 성적도 좋다. 영국교육연구재단(NFER)이 노후학교에서 새 단장한 학교로 옮긴 200명을 설문한 결과, ‘학교가 안전하다’는 응답이 87%에 달했다. 학교를 옮기기 전에는 57%에 불과했다. ‘왕따가 심각하다’는 답변은 23%포인트 줄었다. 미국 측 연구에 따르면 새 교실의 학생은 노후 교실 학생보다 5~17% 성적이 높았다.

 선진국에선 획일적인 교실과 복도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공간 구성으로 개방성과 융통성을 높이는 추세다. 일본 요코스카종합고는 증·개축을 통해 모든 교실 사이에 방음이 뛰어난 미닫이 벽을 설치했다. 필요에 따라 교실 크기와 형태를 조절할 수도 있다. 노르웨이 크번후셋 중학교는 보충이 필요한 학생의 개별학습을 돕기 위해 교실마다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스마트 교실’, 친환경 인재를 기르는 ‘녹색 교실’도 활발하다. 마이크로소프트 가 후원한 미국 필라델피아 ‘미래학교’는 교실 칸막이에 수업 내용을 필기하면 인터넷으로 학생 컴퓨터와 공유되는 ‘스마트보드’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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