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긴급할땐 사유 건물도 강제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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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찰이 긴급 상황에서 타인 건물에 강제로 들어가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된다. 제2의 ‘우위안춘(오원춘) 사건’을 막기 위한 취지다. 또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보상하는 규정이 마련될 예정이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9월 정기국회에 정부 입법 형태로 상정된다. 법제처 심사와 차관·국무회의 등을 거쳐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이르면 올해 안으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엔 ‘긴급출입권’이라는 개념이 새로 들어간다. 이는 생명이나 신체에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는 긴급 상황인 경우 경찰이 위험 해소를 위해 건물에 강제로 들어가 현장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상태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지금까지는 ‘출입할 수 있다’는 수준의 소극적인 권한이 명시된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위험 현장에 도착해도 건물 소유주가 거부하면 조사할 수 없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수원 부녀자 살인사건(일명 우위안춘 사건), 수원 내연 남녀 동반자살 사건 등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사건 발생을 막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자체 분석이다. 경찰은 대신 이 같은 긴급출입권을 행사한 경우 소속 경찰서장에게 바로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넣어 사후 검증 절차를 강화키로 했다.

 경찰관이 적법하게 직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국민의 재산이나 신체상 피해에 대해 정부가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신설했다. 경찰관이 사비를 털어 변상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례로 최근 불법오락실을 운영한다는 제보가 들어와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갔지만 이미 영업이 종료되고 빈 건물인 경우가 있었다. 건물주는 경찰에 문 수리비로 50만원을 청구했고 담당 경찰관이 사비로 물어야 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직무수행에 책임이 없는 사람이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 손실을 입은 경우나 직무집행에 자발적으로 협조해 물건을 제공한 경우 등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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