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 마비 환자의 통증 … 침 맞으면 크게 줄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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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척수 손상으로 하지나 전신이 마비된 환자들은 여러 고통에 시달린다. 특히 신체 마비 한두 달 뒤부터 작은 자극에도 화끈거리거나 욱신거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통제로도 이 통증을 완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신체 마비 환자는 국내에 13만~15만 명, 미국은 7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경희대 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윤태영 교수(사진)와 최두철·이지윤 박사팀은 한방 침이 이들 환자의 고통을 크게 줄여준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분자생물학적으로 밝혀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익스페리멘탈 뉴롤로지’ 8월호 표지논문으로 발표된다.

 연구팀은 척수 손상 된 쥐를 대상으로 6마리는 대퇴부의 양릉천(陽陵泉)과 인중에 해당하는 수구혈(水溝穴)에 진짜 침을 놓고, 6마리는 이쑤시개로 침을 놓는 시늉만 한 뒤 그 효과를 비교해 살펴봤다. 침을 놓은 뒤의 통증 변화는 두 가지 방법으로 알아봤다. 한 가지는 가느다란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털)의 굵기를 바꿔가며 찔렀을 때 통증을 느끼는 정도를 측정했다. 두 번째는 쥐를 해부한 뒤 척수 속의 통증과 관련된 소교세포의 활동 정도를 파악했다.

 보통 척수 손상으로 통증에 시달리는 쥐나 사람은 가느다란 말총으로만 다리를 찔러도 큰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침을 놓은 뒤에는 굵은 말총으로 찔러도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말 못하는 쥐가 통증을 얼마나 느끼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근육을 움찔거리거나 다리를 드는 행동 등으로 파악한다. 침을 맞은 쥐는 12g의 굵은 말총으로 피부를 찔렀을 때에야 통증을 느꼈지만, 이쑤시개로 자극만 준 쥐는 2.7g 정도의 아주 가느다란 말총에도 통증을 느꼈다.

 연구팀은 쥐를 해부해 소교세포가 얼마나 활성화되었는지도 살펴봤다. 소교세포는 척수에서 면역세포 역할을 하지만 척수손상이 됐을 경우는 염증을 일으키게 하거나 통증을 유발하는 데도 관여한다. 침을 맞은 쥐의 경우 35% 정도의 소교세포가 활성화됐지만 이쑤시개로 자극만 준 쥐의 경우 65% 정도로 활성화가 많이 돼 있었다.

 윤 교수는 “침을 맞은 사지 마비 쥐의 통증 완화가 실제적으로 찔러 보는 실험에서나 세포의 상태 변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을 알아낸 연구 결과”라며 “앞으로 통증 클리닉 등에 침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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