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걷기도 힘든 서울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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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주부 김미리(28)씨. 바람도 쐴 겸 갓 돌이 지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동네 산책을 나서고 싶지만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보도 위로 다니지만 옆으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에 아이가 깜짝깜짝 놀라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에는 맞은편에서 오는 유모차를 만나 도로 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바짝 붙여야 했다. 보도 폭이 좁아서 발생하는 문제다.

 서울시내 보도 면적이 전체 차도 면적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내 평균 보도율이 8.1%로 조사됐다고 1일 밝혔다. 보도율은 사람이 이용하는 보도면적을 전체 도로(보도+차도) 면적으로 나눈 값이다.

 서울시 평균 보도율을 적용했을 때 폭 24m의 왕복 8차로 도로의 경우 차도 양측의 보도 폭은 각각 1m 내외에 불과하다. 2008년 12월 개정된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보도의 폭은 보행자의 통행량과 주변 이용 상황을 고려해 최소 2m 이상으로 해야 한다. 1m 폭의 보도는 2인 이상이 함께 걷기에 불편을 느낄 정도다. 유모차나 휠체어 등 보행 약자들이 체감하는 불편함은 더 크다. 2005년 완공된 청계천변 보도는 처음 1.5m 안팎이었으나 시민들의 민원이 계속돼 2009년 3.5m로 넓혔다.

한편 25개 자치구 중 14개 자치구의 보도율이 서울시 평균 이하였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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