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 맞은 삼성, 갤럭시S3도 미국서 못 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삼성전자 태블릿PC 갤럭시탭에 이어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가 미국에서 판매금지됐다.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특히 ‘갤럭시 넥서스’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지목된 기술은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3’에도 일부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법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구글과 삼성전자가 공동 제작한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에 대해 애플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독일·호주 등 세계 9개국에서 벌이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 소송에서 스마트폰이 판매금지된 것은 지난해 8월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이 갤럭시S·갤럭시S2·갤럭시 에이스를 판매금지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갤럭시 넥서스는 구글이 디자인하고 삼성이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발표하면서 새 OS의 기준이 되는 폰으로 만들어 공개한, 이른바 ‘레퍼런스폰’이다.

 올 2월 애플은 이 제품이 애플의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는 웹 검색을 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까지 보여주는 ‘통합검색’, 문서에 포함된 전화번호나 e-메일을 터치하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데이터 태핑’, 밀어서 잠금 해제 기능 등이다. 법원은 이 가운데 통합검색이 애플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봤다.

 통합검색과 데이터 태핑은 갤럭시 S3에도 유사한 기능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는 애플이 갤럭시 S3에 대한 판매금지를 신청하면 판매금지가 확실시된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특허전문가 플로리언 뮐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애플이 지금 갤럭시S3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경우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는 당장 삼성전자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S3에 미칠 여파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법원은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애플에 공탁금 9560만 달러(약 1100억원)를 납부하라고 명령했다. 공탁금은 가처분 결정이 본 소송에서 뒤집힐 경우 삼성전자의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돈이다. 갤럭시 탭 10.1을 판매금지할 때는 공탁금이 260만 달러였다. 이번 공탁금은 갤럭시 탭 10.1의 37배다. 이는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로 삼성이 볼 피해 규모가 갤럭시 탭의 37배에 이를 것으로 법원이 추정했다는 의미다.

 삼성은 즉각 재판부에 집행정지를 요청하고 항소 여부 검토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특허는 구글의 기능이므로 구글과 협조해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또 문제된 특허가 하드웨어나 통신기술 관련이 아니라 비교적 변경이 쉬운 소프트웨어 기술이어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꾸면 판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레퍼런스 폰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새로운 버전을 내놓을 때 함께 내놓는 스마트폰이다. 새 운영체제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도록 하드웨어 업체와 손잡고 설계부터 함께한다. 구글은 첫 번째 레퍼런스폰 ‘넥서스 원’을 대만 HTC와 만들었고 이후 ‘넥서스S’에 이어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쓰는 ‘갤럭시 넥서스’를 삼성전자와 만들었다.

■ 관련기사

"삼성전자,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에 항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