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우연히 만난 김우중 전 회장의 조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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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호 06면

박 회장은 사업차 베트남을 왕래하면서 김우중(76·사진) 전 대우그룹 회장을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약 2시간30분 동안 베트남 사업에 대한 김 전 회장의 조언을 듣는다.

김 전 회장은 먼저 박 회장에게 ‘최고경영자(CEO)란 10년 뒤 먹을거리를 찾는 것보다 20년 뒤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알루미늄 사업에만 한 우물을 파겠다’고 하자 해준 말이다. 그는 “20년 뒤 알루미늄을 대체하는 신물질이 탄생할 수도 있다. 당장 먹고살 만하다고 CEO가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돈의 위력’과 ‘돈의 소중함’도 언급했다. 베트남은 아직 사회주의 국가라 이런 것들을 잘 모른다고 했다. 따라서 현지 직원들에게 돈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다시 안정되면 베트남은 더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기업들이 투자를 하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베트남 투자를 잇따라 포기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베트남은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돼 있는 데다 국민이 근면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고 분석했다. 국민의 50% 이상이 20~30대인 젊은 나라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손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무조건 현지화’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베트남에서 ‘김 전 회장의 후광’ 덕을 봤다고 했다. 투자 관련 업무를 볼 때마다 현지 관료들은 김 전 회장을 언급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과거에 수도인 하노이의 허허벌판 같은 곳에다 5성급 호텔을 지어준 것이 현지인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한다. 당시 하노이 측은 “외국 손님이 와도 번듯하게 묵을 곳이 없어 도움을 달라”고 김 전 회장에게 요청을 했었다. 김 전 회장은 요즘도 매일 아침 2시간씩 산책을 하면서 건강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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