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연평해전 10주기] 갓 100일 시은이가 어느새 초등 4학년 “아버지는 영웅” 자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제2 연평해전 유가족 14명 전원이 28일 경기도 평택 2함대 옆 해군호텔에 모였다. 29일 열리는 연평해전 1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유일하게 2세를 남기고 떠난 이는 고 조천형 중사다. 딸 시은(10·대전 복수초 4)양은 2002년 3월 태어났다. “시은이는 100일 잔치를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못 봤지만 항상 ‘아버지는 영웅’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살아간다”며 “유가족 사이에서도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친할머니 임헌순(65)씨는 전했다. 임씨는 “추모 행사에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참석한다니 기쁘다”며 “아들을 잃은 후 술로 속을 달래온 아버지는 간경화로 치료를 받고 있다. 어렵지만 정권에 관계없이 나라가 이들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59)씨의 주도로 2002년부터 매년 10회씩 100여 번 이상 모임을 해 왔다. 이제는 서로 모두 한마음의 가족이다. 특히 모든 가족의 종교가 불교라는 공통점 때문에, 2함대 옆 해웅사에 자주 모인다. 이곳에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들의 영단과 위패가 모셔져 있다. 2003년 해웅사 법사(주지)가 만들어준 것이다. 서영석씨는 “시집간 딸이 친정 들르듯 나이 들어 허전하고 아들이 그리워지면 이곳으로 모두 모여들어 기대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부터 만날 때마다 ‘후원아’ ‘동혁아’ 하며 서로 아들 이름을 부르며 아픔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전사자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에 실망해 2005년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가 3년 만에 귀국한 고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한나(38)씨는 200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한국전쟁 기념물 건립위원회 창립 행사에 참석했을 때 주최 측에서 존 케리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바로 옆자리를 내준 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 나라를 위해 복무하는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고마움을 느끼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