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안전판’ 외화예금 확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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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는 일부 외신의 비판 보도로 애를 먹었다. 좋은 지표도 많은데 외신은 하필이면 국내은행의 높은 예대비율(예금 대비 대출비율)을 문제 삼았다. 예금은 은행의 안정적인 자금 공급원이다. 외신의 시각이 꼭 옳을 수는 없지만 은행채나 양도성 예금증서(CD) 같은 시장성 수신에 의존해 대출을 많이 일으킨 은행은 금융시장 움직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외화예금 확충 카드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화예금을 늘리면 외환보유액처럼 대외 안전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은행은 외화자금을 주로 해외차입이나 채권 발행으로 조달했다. 4월 현재 외은 지점을 포함해 국내 은행의 외화예금은 373억 달러로 은행 총수신의 3% 안팎에 불과하다. 경제구조가 한국과 비슷한 대만(10% 내외)보다 많이 낮다.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차입이나 채권 발행으로 외환을 조달해도 문제없다. 그러나 2008년처럼 시장이 불안해지면 외화자금을 구하기 힘들어진다. 기존 외화자금 유출 속도도 빨라진다. 이런 취약성을 없애려면 위기 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외화예금이 많으면 좋다. 외화예금은 금리가 낮아 차입에 비해 조달비용도 덜 든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외화예금을 단계적으로 확충키로 했다. 1단계에선 먼저 국내은행 국외점포를 활용해 비거주자(외국인과 교포)를 중심으로 총수신의 4~5%까지 외화예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특히 교포가 보유한 외화자금이 타깃이다. 2단계는 1단계에서 외화예금 유치 실적이 뛰어난 ‘선도은행’을 1~2곳 정해 글로벌 자금관리서비스(GCMS)를 도입하는 등 국내 거주자의 자금을 유치해 외화예금 비중을 6~9%로 끌어올린다. 정부는 여건이 무르익으면 국내에 개설되는 GCMS 모계좌에 한해 허용금액을 연간 3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정도로 늘릴 수 있다는 방침이다. 외화예금 비중을 10% 넘게 유지하는 3단계가 되면 외화예금과 관련한 절차를 대폭 완화한다.

 다만 정부는 단계별 외화예금 확충 방안의 구체적인 시한을 밝히지 않았다. 김이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방향만 정하고 시장 여건을 보면서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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