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의 가능성도 존중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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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 3국>
○·원성진 9단 ●·천야오예 9단

제14보(187~205)=고달픈 ‘끝내기’ 시간이다. 지면 탈락이고 이기면 결승에 나간다. 원성진 9단에게 세계대회 결승전은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무대다. 그 화려한 무대에 가기 위해선 우선 이 고달픈 끝내기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체내의 마지막 1g까지 쥐어 짜내야 한다.

 천야오예 9단은 189 호구로 이었다. 경우에 따라선 ‘참고도1’ 흑1로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백은 2로 이을 수 없다. 이었다가는 흑3, 5로 무너진다. 흑1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프로들은 마지막 1%의 가능성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 1%가 큰일을 하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이다. 196, 198에 의문이 제기됐다. 눈 터지는 반 집 승부에서 이런 지적은 곧장 패배를 암시한다. 196, 198이 문제로 떠오른 이유는 흑201로 중앙을 지킨 수가 컸기 때문이다. ‘참고도2’ 백1, 3을 먼저 두면 흑6의 후퇴마저 얻어낼 수 있다. 실전과는 무려 7집 차이다. 역끝내기 7집.

  분위기가 흑쪽으로 가파르게 기울고 있다. A의 패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201이 아팠다. 이상한 흐름이다. 흑은 잘나가다가 스스로 추격을 허용했다. 대국심리상 이런 바둑은 필히 역전되는 법인데 바둑은 다시 흑 승으로 가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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