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 '모자 잔혹 살인' 9년 만에 진범 드러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0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모자와 보모 등 3명이 한꺼번에 총에 맞아 살해된 살인극의 진범이 9년만에 처벌을 받게 됐다.

27일 (현지시간) 미주중앙일보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형사법원 배심원단이 이른바 ‘미라클 마일 살인극’의 범인으로 기소된 로빈 조(53)씨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배심원단은 조 씨가 송지현(당시 30세)씨와 송 씨의 아들 현우(당시 2세)군, 현우 군의 보모 민은식(당시 56세)씨 등 희생자들을 의도적으로 살해했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이 모두 사실로 인정된다고 유죄 평결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로스앤젤레스 한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줬던 ‘미라클 살인 사건’은 일단락됐으며 특히 수사 초기에 범인으로 몰렸던 송 씨의 남편 송병철 씨는 누명을 벗었다.

유죄 평결을 받은 조 씨는 다음 달 열리는 선고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데다 피해자들의 머리와 가슴에 총부리를 대고 쏘는 ‘처형식’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유전자 감식 결과 송씨와 같은 아파트 아래층에 살던 조씨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2009년 3월 유력한 용의자로 조씨를 체포했다. 그러나 조씨가 범행을 부인하는데다 경찰이 조씨의 뚜렷한 범행 동기를 찾아내지 못한 채 기소해 유죄 평결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2003년 5월5일 한인타운 인근 아파트 송 씨 집에서 벌어진 ‘미라클 마일 살인극’은 잔학한 범행과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의문점 등으로 로스앤젤레스 지역 언론 등에서 관심을 끌었다. 경찰은 범행 수법이 잔학하고 결혼반지, 명품 시계 등 값진 물건이 피해자의 몸에 남아 있는 점을 들어 원한 관계에 의한 범죄로 판단했다. 수사 도중 남편인 송병철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투서도 경찰에 배달돼 송 씨는 한동안 용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때 범인으로 몰렸던 송병철 씨는 미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다”면서 “이제야 한이 풀린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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