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첫 여성·기독교인 부통령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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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6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당선자(오른쪽)가 대통령궁을 방문한 콥트교 비쇼이 주교(왼쪽)와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집트 콥트교 교황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파코미 우스 주교. [카이로 AFP=연합뉴스]

이집트에서 여성과 기독교인이 부통령으로 임명될 전망이다. 이 나라의 첫 민선 대통령 당선인 무함마드 무르시(61)의 대변인 사메르 엘아사위는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에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두 명의 부통령을 여성과 기독교인으로 지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르시 당선인의 측근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내각을 짜고 있는 무르시는 수일 내로 인선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4일 무르시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새 정부가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억압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가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는 ‘무슬림 형제단’의 후보였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그가 과연 여성의 인권을 보장할지가 관심사였다.

무르시는 과거에 “여성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선거 유세와 당선 소감 발표에서 “여성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외신들은 무르시의 여성 부통령 지명 계획은 이슬람 세력의 집권에 따른 이집트 안팎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했다. 엘아사위 대변인은 “국민 대통합을 위한 고려”라고 설명했다.

 호니스 무바라크(84) 정권 시절에 이집트 여성은 일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전체 의석의 12%를 할당해 여성 후보들로만 별도의 선거를 치렀다. 여자 아이는 학교에 보내지 않는 가정이 많아 여성 문맹률이 40%가량이다. 이에 지난해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쫓아낸 시민혁명 때 20대 여성들이 대거 시위에 참여해 성 평등과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했다.

 기독교인 부통령 지명 방침도 같은 맥락이다. 이집트에서는 2000년 이상 기독교가 보존돼왔으며 인구(약 8500만 명)의 약 10%가 기독교(콥트 정교회) 신자다. 이 나라 기독교인들은 대선 때 무르시의 상대 후보였던 아흐메드 샤피크(71)를 지원했다. 이슬람 세력이 집권하면 기독교를 탄압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실제로 기독교인 밀집 지역에서는 샤피크가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얻었다.

 샤피크는 가족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로 출국했다. 이집트 언론들은 그가 공직에 있을 때의 비리로 처벌될 것이 두려워 도피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그의 대변인은 “사적인 용무가 있어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는 것일 뿐이며 곧 귀국해 정치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집트 행정법원은 군인과 군 정보기관 요원에게 민간인 체포권을 부여한 정부 결정의 효력을 중지시켰다. 무바라크 하야 뒤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부는 대선 사흘 전인 지난 13일 치안 유지를 이유로 군인이 민간인을 붙잡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활시켰다. 이에 10여 개의 인권단체가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를 막아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결정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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