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 10년] 上. 일상 속으로 파고 든 .co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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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닷컴 10년. 우리 생활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그리고 '닷(.)'시대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뒤섞였다. 인터넷에서 권력이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넷파워'가 세졌다.

◆개인커뮤니티 시대

#이달 중순 다음.네이버.파란.싸이월드 등 닷컴 세상에는 독도 촛불이 켜지고, 한반도 깃발이 세워졌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독도는 우리 땅, 우리가 지키자"며 수많은 개인 미디어(블로그)가 동참했다. 닷컴세상은 방관의 세대로 여겨져온 '젊은 그대'(20, 30대)를 사회 주류로 키웠다. 한국외국어대 김춘식(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길거리에서 전단을 뿌리거나 확성기로 사람을 동원하지 않아도 인터넷에선 CNN보다 빨리 소식을 전하고 더 많은 군중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M중학교 3년생인 이지연(15)양은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휴대전화로 무선 커뮤니티인 '싸이월드'에서 만난 부산 K 고교 오빠와 최신 음악을 놓고 대화한다. 닷컴세상에서는 누구나 시.공간적 거리가 없는 '1촌'관계다. 중앙대 김재휘(심리학과) 교수는 "닷컴 세대의 모임은 취미.가치관.사상 등의 이른바 '코드 모임'으로 종전의 지연.학연.혈연에 의한 동아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경제 혁명시대

#세계 최대 PC 업체인 미국 델은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는다. 이 회사 구매 사이트에선 고객이 펜티엄4에 512메가 메모리, 60기가 하드디스크, 무선 랜 등으로 컴퓨터를 만들어 달라는 식으로 주문할 수 있다. 미래 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92년 '제3의 물결'에서 제시한 '생산적 소비자'(프로슈머) 개념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다. 소비자가 제품 개발과 유통에 참여하는 세상이다.

#24일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닷컴. 삼성전자 노트북센스(NT-Q30/A1) 가격이 125개의 전자상거래 업체별로 나열돼 있다. 이에 따르면 최저 196만원에서 최고 239만원까지 값 차이가 40만원이 넘는다. 성균관대 이석규(경영학부) 교수는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하면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며 "닷컴 덕분에 소비자들은 아주 쉽게 옥석을 가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닷컴 세상은 시장을 키우는 데도 기여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기덕 연구원은 "싸이월드 등에 사진을 올리면서 카메라폰과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급팽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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