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심장 이식한 원숭이 24일간 생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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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은 국내 최초로 돼지의 장기를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왼쪽은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거된 미니돼지. 오른쪽은 25일 다른 미니돼지로부터 심장을 이식받은 원숭이. [연합뉴스]

돼지 장기가 원숭이에게 이식됐다.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 실험은 국내 최초다.

 농촌진흥청은 초급성(超急性)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거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원숭이 두 마리에게 각각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종 간 장기이식 시술은 건국대 의대 윤익진 교수팀이, 이종 간 장기이식 후 나타나는 면역거부반응 등 문제점 연구는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팀이 맡았다. 미니돼지의 심장은 원숭이의 원래 심장을 제거하지 않은 채 원숭이의 복강 내 혈관에 이식했다. 같은 돼지의 신장 한 개는 다른 원숭이의 신장 하나를 제거한 부위에 이식했다.

 심장이 이식된 원숭이는 24일, 신장이 이식된 원숭이는 25일 만에 폐사했다. 그러나 농진청은 초급성 면역거부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는 점에서 이번 실험이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장기이식의 걸림돌 중 하나가 면역거부반응이다. 장기 이식을 위해 혈관을 연결하자마자 초급성 거부반응으로 세포 괴사가 시작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진청은 이종 간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거된 미니돼지를 개발했다. 농진청 황성수 박사는 “2009년 생산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를 교배해 해당 유전자가 완전히 제거된 돼지를 생산했다”며 “돼지 장기를 이식한 원숭이가 20일 넘게 살아 있었던 만큼 ‘초급성’ 면역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 단추를 풀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는 “인간에게 동물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여러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중 면역 문제를 연구할 수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이런 면역 문제와 바이러스 등 감염원의 문제가 해결되면 동물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국대 의대 윤익진(외과) 교수는 “돼지와 원숭이 사이에 존재하는 배리어(barrier·종 간 장벽)를 극복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지만 아직 그 장벽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처음 돼지 장기를 받은 원숭이가 죽었고 2차로(25일) 돼지 장기를 이식받은 원숭이들이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생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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