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노래한다' 푸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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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어떤 기자나 언론 매체가 '프레스 널 찢고만 싶지(…) 또 누굴 속이려 하나 또 거짓을 말하려 하나(…) 넌 말해 저널리스트 천만에 너절리스트' (돈트 프레스) 라며 대놓고 조롱하는 밴드를 좋아하겠느냐 말이다.

인터뷰를 위해 신문사 건물 로비에 들어서자 경비 요원들이 일순 긴장하며 주시한다. 양복 차림의 행인들은 힐끔 힐끔 쳐다본다. 점잖으신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영락없는 훈계감이다. 누군가는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에서 방금 튀어나온 조직원들 같다" 며 웃었다.

하지만 펑크는 원래 저항적이고 반항적인 젊은 문화다. TV에 자주 출연하는 예쁘장한 댄스 가수들에 익숙한 눈으로 펑크 밴드를 보면 몹시 거칠어 보이는 건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노래다.

펑크록 밴드 푸펑충(http://www.punkbugs.pe.kr). 푸른 펑크 벌레라는 뜻이다. 강민병(보컬) .박성호(기타) .이규영(베이스) 으로 구성됐다. 김성원(드럼) 은 객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1994년 각기 다른 밴드에서 활동을 시작, 98년 푸펑충으로 모였다. 99년 합동 앨범 '3000 펑크' 에 '어둠의 자식들' 을 수록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 해에 옴니버스 앨범 '빵' '쨔잔' 등이 수록된 싱글 앨범과 첫 정규 앨범 '푸펑충' 을 잇따라 내놨다.

지난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앨범에 '봄날은 간다' 를 수록했으며, 두번째 정규 앨범 '터프 라이크 메탈' , 옴니버스 앨범 '펑크대잔치' , 독립레이블 문사단 밴드들과 함께 만든 '문사단 크리스마스 펑크' 를 발표했다.

지난달 출반된 '인디 파워 2' 에는 리메이크곡 '매일 매일 기다려' 를 수록했다. 왕성한 활동이다.

푸펑충 노래의 매력은 일상 생활에서 우러나온 꾸밈없는 진솔함이다. 그들이 나고 자란 경기도 부평을 노래한 '부평의 밤거리' , 메탈을 꿈꾸던 소년 시절을 그린 '쌍팔년 메탈 소년' , 동네 밤풍경을 그린 '첫번째 혁명-누렁아 또 싸움 났냐' 등을 들으면 '음악은 곧 삶' 이라는 표현이 새삼 실감난다.

24시간 일하고 하루 쉬는 직장에서 일하고(이규영) , 웹페이지 제작.관리일을 하고(박성호) ,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강민병) 이들은 스스로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고, 제 힘으로 번 돈을 모아 앨범을 만들고, 재킷 디자인과 사진 촬영까지 혼자 힘으로 해왔다.

이들은 실제 삶과는 아무 상관없이 혹은 정반대로 노래만 반항적인 어떤 유명 가수들과는 달리,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생활에 부대끼면서도 음악과 관련해서는 누구와도 일절 타협없이 제 노래를 고집하고 있다.

눈물과 땀방울이 배어 있고 탄탄한 연주 실력이 뒷받침되는 이들의 노래는 신선하다. 그들의 진솔함과 실력이 대중에게 널리 인정받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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