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바리 파견 때 멜론 팝콘 히트 … 시민들 “꼭 돌아오시라” 손수건 배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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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생인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시장은 도쿄 인근 사이타마(埼玉)현 출신이다. 귀공자풍의 곱상한 외모이지만 어려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교 재학 중 부모가 이혼해 어머니와 함께 살았고, 이삿짐센터 직원과 건설노동자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 진학을 단념하고 도쿄도 직원 채용시험에 합격해 1999년 입사했다. 이후 호세이(法政)대 야간 법학부에서 지방자치를 전공했다. 대학에선 복싱부 주장을 맡았고, 도쿄도청에선 주로 복지국에서 근무했다. 27세이던 2008년 1월 재정 파탄 난 유바리 시에 파견돼 2년2개월 근무했다. 유바리 국제영화제가 열리자 지역 특산품인 멜론의 향을 첨가한 멜론 팝콘을 직접 고안해 히트를 쳤다. 2009년 3월 도쿄도로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1년으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스스로 파견기간을 1년 연장했다. 이후 ‘유바리 재생 시민 앙케트 실행위원회’를 발족시켜 시 재생을 향한 시민의 목소리를 규합했고, 유바리를 방문한 중앙정부 고관의 차에 동승해 20여 분에 걸쳐 그 결과를 설명한 일이 큰 화제를 낳았다. 2010년 3월 그가 도쿄도로 복귀하던 날 수많은 유바리 시민이 시청 앞에 나와 노란색 손수건을 흔들며 “꼭 다시 돌아오라”고 요청했다. 그해 11월 유바리시의 젊은 층으로 구성된 ‘시장 선거를 통해 유바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의 요청을 받고 시장 출마를 결심했고, 2011년 4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시장에 당선됐다.

◆유바리(夕張)시=홋카이도의 내륙 도시, 멜론 산지로 유명하다. 1960년대 초반까지 석탄채굴로 번창했고, 60년엔 인구가 12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60년대 중·후반 이후 일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석유 중심’으로 바뀌며, 탄광이 하나 둘 철수하면서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 인구는 1만400여 명(2012년 5월 기준)으로 이 중 44%가 65세 이상이다. 과거 석탄 채굴 회사들이 소유했던 병원과 상하수도 시설, 주택 등을 시가 떠안는 데만 583억 엔(약 8800억원)을 썼고, 80년대 이후엔 리조트 건설 붐에 편승해 관광부문에 과도하게 투자하면서 많은 빚을 졌다. 결국 350억 엔(약 5250억원)이 넘는 채무를 견디지 못해 2007년 파산을 선언했다. 시 재정 규모(50억엔)의 절반이 넘는 26억 엔씩을 향후 14년에 걸쳐 매년 갚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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