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눈뜬 할머니, 카톡으로 ‘학생 고마워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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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중구 보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청란여고 봉사동아리 ‘슬기 주머니’ 정여진 학생이 휴대전화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KT IT서포터즈]

지난 13일 오후 3시 대전시 중구 부사동 보문종합사회복지관 강의실. 60세 이상 남·여 노인 11명이 일제히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화면을 보며 자판을 두드리거나 셀카를 찍고 있다. 노인들 옆자리에는 여고생(11명)이 짝을 이뤄 앉아 있다. 청란여고 봉사 동아리인 ‘슬기주머니’ 소속 2학년 학생들이다. “저장된 사진을 문자 보내기 화면에 첨부하세요. (사진을) 받을 분의 전화번호를 이렇게 입력하세요. 그런 다음 전송 버튼을 누르세요.”

학생들은 이날 2시간 동안 노인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요령을 설명했다. ▶문자·사진 보내기▶메시지 확인하기▶전화번호 저장하는 방법▶스팸문자 차단하기 등 다양한 휴대전화 기능을 맨투맨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강의에 참가한 김건송(71) 할아버지는 “휴대전화가 있어도 전화 걸기 등 간단한 기능만 알아 답답했었다”며 “손녀뻘 되는 학생 덕분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무료 문자도 보내고 화상전화도 하는 등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게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청란여고 봉사 동아리는 올해로 6년째 활동하고 있다. 학교 측은 사회봉사에 관심이 있는 2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해마다 봉사단(10여 명)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올해 5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6개월간 노인을 상대로 휴대전화 사용법 봉사활동을 벌인다. 매달 2차례씩 보문종합복지관을 찾아 2시간 정도 교육한다. 복지관 김현미(34) 복지사는 “휴대전화 사용법을 배우려는 노인이 많아 교육 기회를 1~2회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에 참여한 박혜영 학생은 “노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효에 대한 예절도 배우고 입시 스트레스도 해소된다”며 활짝 웃었다. 봉사단원 가운데 절반은 대학진학 시 사회복지 전공을 희망하고 있다. 봉사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은영(48) 교사는 “공부에 지친 학생에게 봉사활동으로 심신을 단련할 기회를 주고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청란여고 봉사단이 이 같은 활동 은 KT소속 봉사단체인 IT서포터즈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IT서포터즈는 저소득층이나 다문화 가정을 찾아 IT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 IT서포터즈와 학생들은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보문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IT서포터즈는 노인에게 휴대전화 사용법을 알려줄 때 젊은이들만 사용하는 용어를 쓰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또 시력과 청력 기능이 떨어진 노인의 처지를 이해하자는 차원에서 셀로판으로 만든 안경과 귀마개를 착용하고 걷기 체험을 했다. KT IT서포터즈 대전팀 오종희(45) 과장은 “어린 학생들이 노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집중 강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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