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해외법인장 긴급소집 “유럽 위기 선제대응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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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정몽구(74)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5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에서 열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유럽 위기가 타 지역으로 전이될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법인장들에게 지시했다. 당초 이 회의는 다음 달로 예정돼 있었지만 한 달 앞당겨 긴급 소집됐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잘해 왔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창의적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했듯이 이번 유럽 위기도 선제적 대응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어려울수록 고객과 품질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유연하면서도 일관된 시장 전략을 추진한다면 충분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정 회장은 유럽시장 대응책 모색을 위해 현지에 현대·기아차 경영진을 급파했다. 이에 따라 정의선(42)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차 유럽 판매법인에서 독일·프랑스·영국 등 각국 판매 법인장들과 함께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정 부회장은 또 유럽 생산거점인 현대차 체코공장을 찾아 신형 i30의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생산 품질을 점검했다. 이형근(60) 기아차 부회장도 비슷한 시기 유럽 판매법인과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이 고전을 겪는 것과 대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 감소했지만 현대·기아차는 15.7% 증가했다. 점유율도 5.8%를 기록해 올해 처음 6% 돌파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 회장이 긴급 법인장 회의를 소집한 건 유럽 위기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기 때문이란 게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 자동차 시장 수요가 급락했을 때 현대·기아차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위기를 돌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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