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데 없는 일곱 노인의 좌충우돌 인도정착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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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도의 인력거를 타고 있는 에블린(왼쪽·주디 덴치)와 마지(셀리아 아임리). [사진 20세기 폭스]

은퇴한 노년은 그냥 그렇게 흘러야만 할까. 삶의 종착역을 향한 궤도에서 벗어나는 일은 위험한 일탈일까.

 영국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건조한 안정보다 풍성한 모험을 택한 노인 7명의 이야기다. 영국에선 6개월 기다려야 하는 수술을 인도에서는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인도행을 택하는 인종주의자 뮤리엘(매기 스미스), 죽은 남편이 남긴 거액의 빚을 갚기 위해 아파트를 처분한 에블린(주디 덴치), 딸의 인터넷 회사에 퇴직금을 몽땅 투자해 노후가 불안해진 더글라스(빌 나이)·진(페넬로피 윌턴) 부부, 인도에서 소년시절을 보낸 전직 판사 그레이엄(톰 윌킨슨), 새로운 연인을 찾아 나선 노먼(로널드 픽업)과 마지(셀리아 아임리) 등등.

 이들은 값싸고 호화로운 인도의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로 향한다. 하지만 노후한 호텔방에 짐을 내려놓는 순간 과장광고에 ‘낚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망연자실한 이들. 그렇다고 영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웃음이 가득한 이는 아버지가 부순 호텔을 재건하려 발버둥치는 젊은 지배인 소니(데브 파텔)뿐이다.

 그럼에도 노인들은 낯선 환경 속에서 희미해져 가던 삶의 의미를 되찾기 시작한다. 사사건건 불평만 늘어놓던 뮤리엘은 그토록 싫어하던 인도의 천민 가족들과 정을 나누게 된다. 황혼의 로맨스를 새로 일구는 노인들의 ‘원숙한’ 사랑은 젊은 소니 커플의 ‘뜨거운’ 사랑과 대비를 이룬다.

  7인7색의 에피소드를 123분에 넣다 보니 전개가 산만하 다. 하지만 영화는 관록파 배우들의 유쾌한 시선을 좇아간다. 모험과 열정은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니 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 이 호텔에 2시간 정도 투숙해도 좋을 듯하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존 매든 감독. 다음 달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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