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주택은행도 금리↓, 수수료 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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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주택은행은 5일부터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 연동해 연 7.5~7.9%의 주택담보대출을 시작한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최근 HSBC.씨티은행 등의 금리 인하에 이어진 것으로, 40조원에 달하는 관련 대출시장을 놓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날 주택은행은 또 기존 장기대출 고객에 대해서도 프라임레이트(기준금리 9.5%)에 가산되는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주택은행은 이번 가산금리 인하와 지난해 11월 주택자금 장기대출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합치면 고객들은 평균 2%포인트 이상의 금리부담을 덜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주택은행은 모든 주택담보 대출상품에 대한 담보설정 비용을 오는 4월 30일까지 면제한다.

주택은행의 이같은 조치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의 위상 약화를 우려한 때문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7%대로 낮추는 등 강력한 판촉을 펼치고 있어 금리 인하가 불가피했다" 고 말했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도 2개월 전만해도 8%를 훨씬 넘던 CD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저 연 7.17과 7.18%까지 각각 내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거의 마진을 보지 못하는 수준까지 금리를 낮췄다" 며 "자금을 운용할 데가 없는 금융기관들이 떼일 염려가 없는 데다 대손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아도 되는 주택담보대출 판매에 주력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신동아화재와 동부화재 등 보험사들도 이미 장기보험 가입자 등 우량고객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7.5~7.9%대까지 낮춰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국민은행의 경우 금리를 내리지 않는 대신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는 고객에 대해 담보설정 수수료는 물론 각종 증명서 발급수수료.수표발행 수수료 등을 면제해주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건설회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알선해주고 이자를 잔금 납부 때까지 부담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45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崔모(36.회사원)씨는 "건설회사가 1.2차 중도금 1억3천만원을 대출 알선해주고 입주 때까지 이자를 대신 물어준다고 해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며 "은행들이 건설회사를 끼고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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