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서 멈춘 교육환경 … 학교가 혐오시설 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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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화장실·급식시설·운동장 등 열악한 학교 시설의 문제점을 다룬 본지의 ‘학교 업그레이드’ 시리즈 보도에 학부모와 학생·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첫 보도 이후 중앙일보 홈페이지와 주요 포털에는 1000개가 넘는 답글이 달렸다. e-메일과 전화도 답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e-메일을 보내 “입학하는 아이에게 ‘여기가 네가 다닐 학교란다’라고 말해줬는데 그때 아이가 실망하는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열악한 학교에서 6년을 보낼 생각에 아이가 한숨부터 내쉬더란 얘기였다.

 네티즌 ‘바람솔솔’은 “학교가 이제는 혐오시설·낙후시설이 됐다. 교육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댓글을 남겼다. 대부분의 학부모와 네티즌은 학교시설이 20~3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네티즌 표소연씨는 “고등학교 때 운동장 길이가 100m가 안 돼 기록을 잴 땐 50m를 뛴 다음 곱하기 2를 했다”며 “졸업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교 운영위원장 A씨는 “학교시설은 여전히 1970년대에 머물고 있다. 옛날에는 늘어나는 학생들을 감당하기 위해 학교를 짓는 것 자체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시설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e-메일을 보내왔다.

 학부모들은 ▶옆 학급 수업 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한 교실 ▶ 편히 앉아서 밥 먹을 수 있는 식당 ▶맘껏 달릴 수 있는 운동장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아이디 ‘crust**’는 “식당과 화장실에서 교사용·학생용 구분을 없애고 선생님이 학생들이 쓰는 시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독자는 “석면 피해나 전기 누전 등 학교 시설의 안전 문제에도 이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과 정치권도 이번 보도에 관심을 보였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4일 “중앙일보 보도가 학교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며 “앞으로 교육여건 개선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 21일 모교인 서울 금천구 시흥초등학교를 방문해 “중앙일보 지적처럼 학교시설이 노후화돼 있고, 특히 화장실에 좌변기(서양식 변기)가 모자라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이날 학교 화장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변기 수를 세거나 직접 손을 씻어보기도 했다. 그는 “교육시설에 과감하게 투자해 학교를 가정과 같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학교 업그레이드 동참하세요

중앙일보가 ‘학교 업그레이드’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열과 경제수준에 비해 뒤처져 있는 초·중·고교 시설을 개선하자는 취지입니다. 교실·급식공간·탈의실·체육관·도서실 등의 문제점과 해법을 제시합니다. 시설의 문제점과 개선 모범 사례에 대한 여러분의 제보를 받습니다. 학교 업그레이드에 작은 힘과 정성을 보태고자 하는 기업·단체·기관·개인의 동참도 환영합니다. 제보·동참 문의=sch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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