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일요 휴무’ 첫 위법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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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영업 제한 조치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가 벌인 1심 재판에서 대형마트가 이겼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오석준)는 22일 서울 강동·송파구에 있는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6곳과 기업형 수퍼마켓(SSM) 등이 “구청이 조례를 통해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과 오전 0~8시 영업을 금지한 건 부당하다”며 강동·송파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또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는 조례 적용을 즉시 중단하라는 결정도 내렸다. 이에 따라 강동·송파 지역 대형마트와 SSM들은 24일부터 연중 무휴로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 제한은 기초자치단체장의 재량으로 정해야 하는데 강동·송파구 의회는 조례를 정하면서 지자체장의 재량권을 박탈했다”며 “조례를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대형마트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영업시간 제한의 근거가 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시장·군수·구청장의 재량에 따라 대형마트에 대해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강동·송파의 조례는 구청장의 재량권을 무시하고 구체적으로 영업 제한 시간을 정해버린 점이 상위 법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절차가 위법했을 뿐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영업 제한의 취지는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자체가 상위법에 어긋나지 않는 조례를 만들면 다시 영업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형마트와 SSM은 “ 의무 휴무제로 인해 소비가 침체되는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며 판결을 반겼다. 또 강동·송파 지역의 대형마트와 SSM은 24일부터 문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최승재 사무국장은 “당장 골목상권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법원이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제 남은 건 단체행동밖에 없지 않으냐”고 반발했다. 강동·송파 구청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법률 검토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와 SSM은 현재 인천 부평, 경기 수원·성남 등지에서도 지자체와 비슷한 소송을 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 역시 상위법에 맞지 않게 지자체장의 재량권을 보장하지 않는 식으로 조례를 만든 것으로 안다”며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형마트와 SSM의 모임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앞서‘편의점과 인터넷 쇼핑몰은 24시간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데 대형마트와 SSM만 규제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이라며 올 2월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최모란·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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